이상화는 2위였던 러시아의 올가 팟쿨리나보다 0.36초 앞선 찰나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녀의 승리는 단지 개인을 넘어 얼어붙었던 한국팀에 금메달의 맥을 푸는 순간이기도 했고, 2연패 신기록 달성의 역사를 만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찰나에 결정되어지는 승부앞에 이상화의 승리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정신력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바둑에서도 반집 차 승리가 많고, 야구에서 1루에서 아웃과 세이프의 차이가 30㎝로 결정되고, 육상에서 금메달은 0.01초 차에서 갈라진다.
이처럼 위대한 결과는 큰 부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차이 극복에서 만들어지는데,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신력이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과 가장 잘 못하는 부분을 찾아내는 훈련으로 연결시키는 선택과 집중은 정신력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 혹독한 훈련이다. 2차 레이스 완주후 다리에는 선글라스가 걸려 있었다. 이상화의 다리는 60㎝로 남자들의 허벅지 보다 굵고, 종아리 근육은 여자 대표팀 평균치보다 최고 4㎝나 길다.
물론 소치 동계올림픽 홈페이지의 신상기록에는 별명이 '꿀벅지(Geul Beok Ji)'라고 되어 있다. 평소 훈련 파트너를 모태범같은 남자 선수들과 함께 하고 산악 코스훈련, 각종 스쿼트 훈련 등의 혹독한 훈련과 살인적인 연습량은 지금의 '금벅지'를 만들기에 충분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든다.
우승후 그녀의 어머니는 이상화의 하지 정맥이 허벅지까지 올라왔다며 부상을 감수하고 투혼을 발휘한 그녀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며 숨겨진 아픔을 공개하기도 했다.
셋째, 변수 싸움에서의 승리다. 어느 한 순간도 똑같은 경쟁이 없는 이유는 스포츠에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빙질의 컨디션, 관중, 옆에서 달리는 경쟁자, 코스, 선수 자신의 기분 등 모든 것이 중요하다.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를 보면 출발시 몸의 일부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경우 부정출발로 처리돼 첫 번째는 경고, 두 번째는 실격으로 처리된다.
첫 번째 경고가 누구든 두 번째 부정출발한 선수는 무조건 실격 처리가 되는 룰이 있다. 한순간 숨을 멈춰 부정출발을 극복하고 결승 라인까지 각종 변수 하나하나를 이겨낸 것이다.
넷째,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금메달의 결과 뒤에는 개인의 노력을 넘어선 코치·가족 그리고 주변에 그녀의 경기력 향상을 도왔던 스포츠과학·심리·용품·장비·훈련장·기업 등 많은 부분이 하나의 통합적인 시스템으로 상호 보완이 됐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금메달 목표에 대한 집중력이다. 돋보기로 햇빛을 한데 모으면 열이 발생하고 불이 붙는 것처럼 목표라는 것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노력했을 것이다. 목표에 집중하는 것은 자신의 에너지를 다른 곳에 낭비하지 않은 것이다.
스포츠에서 상대가 잘못하기를 기대하게 되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오히려 자신의 기록이 나빠진다. 이상화는 옆 경쟁자의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레이스에 집중하는 훈련을 했다.
4년간 찰나의 순간을 위해 각고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투자한 그녀의 모습은 다른 어떤 선수보다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랑스런 그녀, 국민들 앞에 또하나의 영웅으로 거듭날 것이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