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전화상담원을 이용해 보험 상품을 속여 팔다가 적발돼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현대캐피탈은 과도한 영업 행위에다 채무자까지 허위 사실로 협박한 사실이 적발됐다.

카드사들이 최근 1억여건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로 국민의 비난을 받은데 이어 이번에 카드 상품 판매 등에 있어 고객을 기만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여신전문업계의 신뢰에 치명타를 줄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하나SK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를 대상으로 카드슈랑스 불완전판매 검사한 결과 기관경고와 과태료 1천만원, 임직원 주의 등 징계를 내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슈랑스와 관련해 카드사를 점검해보니 제대로 설명도 안하고 고객을 속이는 사례가 속출했다"면서 "즉각 시정을 요구하고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카드슈랑스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보험영업검사실과 여신전문검사실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의 보험 불완전판매 사례가 수백건 이상 쏟아졌다.

카드슈랑스란 카드사와 보험사가 연계해 판매하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이 상품은 전화로 판매된다. 그러나 다수 전화상담원이 우수 고객을 위한 보험이라고 선전하면서 비과세 저축 보험 가입을 많이 권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 이자를 준다', '연 50%의 이자율이다', '정기 적금보다 낫다'며 현혹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중도 해지 시 원금 보장이 안 될 수 있다'든가 '10년 이상의 장기 상품이다'라는 설명은 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 소지가 크다. 카드사들이 카드슈랑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수수료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보험사에서 받는 판매 수수료가 방카슈랑스 판매로 은행에서 받는 수수료보다 4~5배 많다.

롯데카드는 2009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에 전화 등을 이용해 모집한 '파워저축보험' 등 5개 보험사 1만9천768건(23억5천만원)의 저축성보험계약과 관련해 자체 작성한 상담용 설명서로 보험설계사에게 일률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보험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안내했다. 롯데카드는 기관경고에 과태료 1천만원, 6명이 제재받았다.

하나SK카드는 2011년 6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통신수단으로 모집한 1천3건의 저축성보험계약과 관련해 부실 설명으로 고객을 현혹했다.

현대카드는 2009년 10월부터 2012년 6월까지 2천548건의 저축성보험계약을 통신수단으로 모집하면서 고객에 부실 안내를 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카드 모집인 5명이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사은품을 주고 고객을 모집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국민카드도 과다한 현금과 사은품을 주고 고객을 모집하다가 금감원에 적발돼 과태료 500만원 등을 물었다.

백화점 카드들도 금융약관 개정 시 금감원에 미리 신고를 해야 하는 규정을 어겼다가 과태료 500만원에 주의 등의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한화갤러리아는 2012년 9월 '갤러리아카드' 약관 중 부가서비스 관련 내용을 바꿨음에도 금감원에 신고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3월 '현대백화점-해피포인트카드' 약관을 만들었음에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캐피탈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은 대출업무 영위 기준 위반과 채무자 협박 등이 적발돼 기관경고에 임직원 5명이 문책 경고, 과징금 1억원, 과태료 350만원의 제재를 당했다.

현대캐피탈은 대출업무에 인해 발생한 채권의 매분기 평균잔액이 여신전문금융업무 회수업무로 발생한 채권의 매분기 평균 잔액을 초과해서는 안 되는데 무려 4조원 이상 많아서 금감원의 지적을 받았다.

2011년 10월부터 2012년 11월에 현대차 계열사에 8천억원의 신용공여를 했음에도 금감원에 보고를 지체했다가 들통났다.

현대캐피탈 모 지점은 2012년 1월 채무자의 연대보증인에게 '거주지 자택 유체동산 가압류 접수', '총 8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며 소송비용이 적지않게 청구되고 있음' 등 거짓 문구를 표시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법규를 위반했다.

신한카드는 2012년 3월에 모기업이 대출한 2천200만원에 대해 채무 존재를 다투는 소송이 진행 중이면 신용정보집중기관에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해서 안 되는데도 전국은행연합회에 연체 정보를 올렸다가 들통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