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무허가 보육원을 차려놓고 13명의 아동을 수용한 뒤 상습적으로 폭행하거나 학대해온 '인면수심'의 70대 남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 강화경찰서는 18일 보육원생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마구 때리거나 감금하는 등 상습적으로 어린이들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강화읍 신문리 C보육원 원장 김모(7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의 학대행위는 아주 심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 91년 무허가 보육원을 세운 뒤 13명의 아동을 보육한다는 명목으로 매월 120여만원의 국가보조금을 꼬박꼬박 받아 챙기면서도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대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1주일에 2~3회 몽둥이를 휘둘렀고 심지어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가 하면 교통사고로 팔이 부러졌는데도 “차라리 죽어버리지 그랬냐”며 내버려두기 일쑤였다고 원생들은 증언했다. 또 이들은 “가출했다가 돌아올 경우 머리를 깎은 후 한달동안 독방에 가둔 채 대소변도 깡통을 넣어주며 해결하라고 하는 등 보육원 생활이 악몽같았다”며 몸서리쳤다.
게다가 김씨는 집수리 등의 잡역 등을 이유로 원생들에게 결석할 것을 종용했고, 이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해 원생들간 학교생활을 서로 감시하도록 한 뒤 매일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습적인 구타와 학대 등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2명의 보육원생이 아니었다면 그는 갈 곳 없는 고아들을 데려다 호적에 입적한 뒤 친자식처럼 돌보는 '마음씨 좋은 70대 할아버지'로 행세하고 다녔을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가 이같은 무허가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도 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행정당국의 무관심으로 아이들은 산속 사각지대에서 10여년 동안 '암흑같은' 삶을 살아온 셈이다.
인천시 아동학대예방센터 관계자는 “주위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으면 아이들이 정상적인 시설로 옮겨졌을 것”이라며 “보육원생 대부분이 오랜 신체·정신적 학대 때문인지 심한 정서불안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