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쇼트트랙 계주 3000m 심석희 금메달 주역.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18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펑펑 울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쇼트트랙 계주에서 8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1,500m 은메달에 빛나는 심석희(17·세화여고)가 여자 3,000m 계주에서는 '금빛 질주'를 주도하면서 '여고생 쇼트트랙 여왕'의 계보를 이은 것.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쇼트트랙에서 한국은 초창기 '원조 여왕' 전이경(38)을 중심으로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전이경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88년 사상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후 올림픽 금메달만 4개를 따내는 등 지금도 한국 쇼트트랙 대표 인물로 꼽힌다.

그는 배화여고 재학 시절 출전한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1,000m와 3,000m 계주에서 우승, 최고의 쇼트트랙 스타로 군림했다.
 
▲ 여자 쇼트트랙 계주 3000m 심석희 금메달 주역. 한국 쇼트트랙의 심석희가 18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환호하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4년 뒤 나가노 대회에서도 2종목의 금메달을 지키고, 한국의 '취약 종목'으로 꼽히는 여자 500m에서는 동메달을 따내며 황금기를 이끌었다.

현역에서 은퇴한 2000년대 초반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분과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빙판 안팎에서 한국 쇼트트랙의 위상을 떨쳤다.

전이경이 떠난 이후에는 진선유가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진선유는 광문고에 다니던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남자부 3관왕인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와 함께 한국의 메달 사냥을 주도했다.

2005∼2007년에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2008년 2월 월드컵 대회에서 몸싸움 도중 오른쪽 발목이 꺾여 인대를 크게 다쳤다.
 
▲ 여자 쇼트트랙 계주 3000m 심석희 금메달 주역.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18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펑펑 울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이후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2009년 4월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탈락,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가 빠진 가운데 2010년 밴쿠버에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노 골드' 였다.

전이경, 진선유 등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1994년부터 써내려 온 여자 계주 연속 우승의 신화도 밴쿠버에서 끊어졌다.

이후 사라진 듯했던 '여왕의 계보'는 2012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오륜중에 다니던 심석희가 동계 유스올림픽에서 2관왕(500m·1,000m)에 오르며 '예비 스타'로 이름을 알린 것이다.
 
▲ 여자 쇼트트랙 계주 3000m 심석희 금메달 주역. 한국 쇼트트랙의 심석희가 18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환호하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이때부터 타고난 신체 조건과 실력에 부지런함까지 갖춘 심석희는 일취월장했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2012-2013시즌부터 1,500m 최강자로 군림하면서 올림픽 금메달 '0순위' 후보로 꼽혔다.

2012-2013, 2013-2014시즌에 걸쳐 10차례 대회에서 매번 '금빛 질주'를 펼쳤고, 특히 1,500m에서는 한 번을 빼놓고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면서 이번 소치 올림픽은 '차세대 쇼트트랙 여왕' 심석희의 '대관식'이 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심석희는 주종목인 1,500m에서 노련한 중국의 저우양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을 획득했다.

스케이트끈을 고쳐 맨 심석희는 3,000m 계주 결승 막바지 중국에 다소 뒤진 상황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완벽한 레이스로 중국 선수를 앞지르면서 '대역전극'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 여자 쇼트트랙 계주 3000m 심석희 금메달 주역.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18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펑펑 울고 있다. /소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