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희(22·화성시청)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뒤 그의 트위터에는 동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 실렸다.
이와 함께 "나에게 제일 소중한 메달이 될 듯하다. 모든 게 운명일 것이고 난 괜찮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는 글이 적혔다.
울음을 터트려도 괜찮을 법한데 박승희는 오히려 자신을 위로하는 이들을 달래며 웃어 보였다.
박승희는 이날 결승에서 레이스 초반 선두로 나섰으나 뒤따르던 선수에게 몸이 걸려 넘어지는 불운 속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최하위 기록인 54초207에 레이스를 끝냈지만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실격당해 동메달의 주인이 됐다.
물론 박승희가 예선부터 결승까지 모두 조 1위로 오를 만큼 컨디션이 최고조였던 터라 아쉬움은 컸다.
크리스티는 자신의 트위터에 "심판 판정을 완전히 존중하고 결승전에 나왔던 다른 선수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승희는 당시 넘어졌다가 일어나 몇 걸음 달려나가다가 다시 앞으로 엎어지면서 오른 무릎까지 다쳤다. 이후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동메달을 딴 종목인 1,500m 경기는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박승희의 동메달은 너무 값졌다.
한국 쇼트트랙이 여자 500m에서 올림픽 메달을 수확한 것은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에서 전이경의 동메달 이후 16년 만의 일이었다.
게다가 경기 후의 의연한 모습이 더 큰 울림을 줬다.
중학생 때였던 2007년부터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대회에 나서는 등 일찌감치 기대주로 주목받은 박승희는 세대교체가 한창 진행 중인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든든한 중심축 구실을 해 왔다.
박승희는 여자 쇼트트랙이 금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1,000m와 1,5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면서 쇼트트랙 대표팀의 유일한 '멀티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소치에서도 금메달과 동메달 하나씩을 수확했다.
18일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는 4년 전 아쉽게 중국에 내줬던 정상 자리를 되찾는 데 큰 힘을 보태고 '금빛 미소'를 지었다.
박승희는 이날 여자 1,000m 예선도 가볍게 통과해 세 번째 메달 사냥을 이어간다.
쇼트트랙 단거리가 주 종목인 박승희의 남동생 박세영(단국대)도 남자 500m에 출전해 예선을 조 1위로 통과했다.
이번 대회에는 언니인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박승주(단국대)까지 박승희 가족 삼남매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나섰다. /소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