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8년 만에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내자 팀을 이끌던 '맏언니'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대회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대표팀의 1번과 3번 주자로 금메달에 힘을 보탠 박승희(22·화성시청)와 조해리(28·고양시청)는 감격에 겨워 눈가를 촉촉하게 적신 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박승희는 눈물의 이유를 묻자 "4년 전 생각이 나고 아파서 걱정도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승희가 말한 4년 전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계주 3,0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중국의 레이스를 방해했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은 일을 말한다.
당시 억울함에 눈물을 쏟은 박승희는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이날 오랜 한을 풀고 빼앗긴 금메달을 되찾자 다시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박승희는 "그때 같이 계주에 나섰던 김민정, 이은별 등 동료들이 많이 떠오른다"면서 "같이 금메달을 빼앗겼는데, 지금의 기쁨도 함께하자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감격을 표현했다.
박승희는 그러면서도 이날 중국이 실격 판정을 받은 데 대해서는 "중국 선수들도 아쉬웠을 것"이라며 "올림픽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것"이라고 의젓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앞서 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경기 도중 넘어지는 바람에 오른 무릎을 다친 박승희는 아직 몸이 완벽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고민을 많이 하다가 탔다"면서 "혹시나 실수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예상과 달리 중국이 저우양 대신에 리젠러우를 2번 주자로 내보냈기 때문에 (심)석희가 마지막에 충분히 따라잡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석희도 상대가 리젠러우라 자신감이 있었다고 하더라"고 후배를 향한 믿음도 드러냈다.

4년 전 박승희와 함께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 '맏언니' 조해리도 이날 마침내 올림픽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 다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조해리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면서 "그동안 올림픽 운이 없었기 때문에 색깔과 상관없이 올림픽 메달이 너무 그리웠는데, 황금빛으로 보답 받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다시 한 번 울먹였다.
그는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서 더 뜻깊다"면서 "오늘을 누리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안팎으로 시끄러운 일이 많이 생기면서 가라앉았을 대표팀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그런 것 없다"면서 "언제나처럼 힘을 내자며 경기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상대에서 펑펑 우는 조해리를 9살 어린 후배 김아랑(19·전주제일고)이 다독였다.
그만큼 박승희와 조해리가 '금메달 한'을 푸는 데 동생들의 패기는 큰 힘이 됐다.
조해리는 "후배들이 긴장되고 부담도 많았을 텐데 다 극복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눈물을 삼켰다.
박승희도 "그동안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실력보다 운이 없어서였다"면서 "1,000m 종목이 남아있으니 마지막까지 집중해야 한다"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소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