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채우 수필가·국제뇌교육대학원 교수
서해바다 배경 세계로 향하는
활기찬 항구도시 인천과
강원도의 아름다운 산하
IT기술로 표현한 개막식이라면
전세계가 '한류 저력' 알게되고
한국을 사랑할 것이라고 믿어


동계올림픽이 이제 종반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 선수단의 성적이 예상보다 못하다고 걱정들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우리의 성적도 문제지만, 몇 달 앞으로 닥쳐온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천과 4년 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는 무엇을 보여줄까가 더 걱정이다.

특히 소치의 개막식은 훌륭했고 감동적이었다. 암울했던 러시아의 과거로부터 희망찬 미래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고급예술과 하이테크기술로 압축한 종합선물세트를 열어보는 느낌이었다. 어떤 이는 과장된 민족주의라고 혹평했지만, 올림픽 개최국으로 개막식에 자국의 위신을 선양하고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내용을 담는 것은 인지상정이며,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것을 과장된 민족주의라는 식으로만 비판할 수는 없으며, 어느 나라든 완전한 코스모폴리탄이 되어서 올림픽정신만을 표현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개최국의 특수성을 무시하도록 압박한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기준을 강요하는 일종의 제국주의가 되어버릴 것이며, 인류문화의 다양성을 상실한 개막식은 생동감을 잃어버린 채 자칫 매스게임의 군무로 전락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공연에서 표현한 내용이 얼마나 보편성과 예술성을 획득했느냐로, 그 성패를 가늠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편협한 민족주의냐 아니면 인류문화의 다양성이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인류보편의 가치를 담고 있느냐 자민족 중심의 특수한 선민의식에 제한되었느냐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소치 개막식은 예술성과 대중성, 보편성과 특수성이 아주 훌륭하게 융합되었다고 본다. 나는 러시아의 문화적 역량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순진한 생각인지는 몰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인류로서 그들이 보여준 꿈 같은 미래를 행복하게 감상했다. 이 점에서 러시아는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중세로부터 시작해서 제국의 붕괴와 혁명의 시기를 지나 밝고 희망찬 미래의 꿈을 힘차면서도 몽환적으로 표현해 낸 이번 개막식을 본 사람이라면 철의 장막에 가려진 음흉한 크레믈린이란 이미지를 버리고, 밝고 희망에 찬 러시아의 젊은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소치는 음악과 무용 그리고 빛과 디지털기술을 이용해서 간결하고도 힘차게 자신들이 사랑하고 가꿔온 문화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국력을 기울인 그들의 화려한 공연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이제 우리 인천과 평창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소치와 비교될 텐데, 인천과 평창에서 손님상을 어떻게 차려내야 할지 걱정스럽다. 아파트 밀림속에 혹은 첩첩산중에 소치와 같은 초매머드급 스타디움을 건설할 수 있을까? 그렇게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꿈을 예술성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거대한 건축과 수천명의 인력 같은 하드웨어보다는 세계를 선도하는 우리의 IT기술을 바탕으로 우리의 문화콘텐츠를 구성해서 세계에 보여준다면 어떨까? 소치는 평화라는 이상을 수학과 과학을 토대로 구성해냈다면, 우리는 보다 정감적인 우리의 신화와 설화를 테마로 삼아보면 어떨까? 우리는 과학뿐만 아니라 신화와 전설속에서 인류보편의 홍익인간의 사상을 갖고 있다. 서해바다를 배경으로 세계로 뻗어가는 활기찬 항구도시 인천이나 강원도의 아름다운 산하와 순박한 정감을 배경으로 한 평창에서는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가진 단군신화로부터, 눈먼 아버지를 위해 서해바다에 몸을 바친 효녀 심청이가 연꽃속에 부활하고, 강원도의 순박한 나무꾼이 복을 받는다는 인류보편의 정서를 가진 무리의 스토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차가운 이성도 필요하지만 이 메마른 현대사회에서는 인간의 따뜻한 정감이 세상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의미를 담아 전 우주에까지 확대해서 홍익인간의 철학적 이념을 실현하는 콘셉트로 구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작지만 강한 나라, 아름다운 이상과 철학을 가진 나라, 동서의 문화가 이상적으로 융합된 나라라는 이미지를 IT기술을 활용해서 표현한다면, 전 세계가 한류문화의 저력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우리 인천과 평창을 통해 한국을 사랑할 것이라고 믿는다.

/임채우 수필가·국제뇌교육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