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스 동생들 실력 보답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최강국의 자존심을 살렸다.
박승희(22·화성시청)-심석희(17·세화여고)-조해리(28·고양시청)-김아랑(19·전주제일고)이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우승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갈증에 시달렸다. 믿었던 여자 1천500m에서 심석희가 결승에서 중국의 저우양(중국)에 져 아깝게 은메달에 머물렀고, 박승희도 500m에서 상대 선수의 반칙으로 넘어져 다 잡은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게다가 한국 남자팀은 1천500m와 1천m, 5천m 계주에서 잇따라 넘어지는 등 부진을 거듭하며 노메달에 그쳤다.
이로인해 한국 여자 대표팀은 금메달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여자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활약한 공상정(18·유봉여고)까지 최강의 조합을 꾸리며 완벽한 '신구조화'를 이뤘다.
'맏언니' 조해리는 오랫동안 국내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중심을 지켜왔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없이 귀국하는 등 여자 쇼트트랙의 침체기에 활약한 탓에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 외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후배들의 성장으로 오랫동안 기다리던 '강호'의 위상을 회복한 이번 대회에서 만큼은 맏언니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1천500m 준결승에서 김아랑을 도우며 희생한 레이스에서 보이듯 조해리는 후배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대표팀의 기둥이 됐다. 조해리와 함께 박승희도 팀 분위기 메이커였다.
밴쿠버올림픽에서 팀의 막내이던 박승희는 이후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는 등 주축으로 성장했다.
이번 대회 500m에서 16년 만에 동메달을 따내 대표팀의 메달 물꼬를 텄고, 오른 무릎 부상에도 다시 경기에 나서 팀에 투지를 불어넣었다.
박승희의 한을 풀어 준 '에이스'는 단연 겁 없이 성장한 동생들이다. 가장 중요한 2번 주자로 나선 심석희는 국내 여자 쇼트트랙 선수 중 큰 키(173㎝)의 유리한 조건을 갖추며 체력과 기술, 근성까지 보여주는 등 전이경·진선유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여왕'으로 기대를 모았다.
2012~2013시즌부터 월드컵 시리즈에서 빼놓지 않고 최소 1개 이상의 금메달을 수집해 어린 나이에도 이미 세계적인 선수들을 압도했다. 김아랑과 공상정이라는 또 다른 동생들도 빼놓을 수 없다.
2012년부터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김아랑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일취월장한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신예다.
4차례의 월드컵을 통틀어 개인 종목에서만 금 1개와 은 4개, 동 1개를 따내 심석희의 뒤를 받치는 든든한 '2번 에이스'로 성장했다.
공상정은 한국 선수들이 취약한 단거리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스타트가 좋고 순간 가속도를 붙이는 능력이 뛰어나 앞으로 500m에서 중국세와 맞붙을 차세대 기대주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