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했습니다. 입이 바짝바짝 타서 말을 못하겠어요."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집트 테러 피해자는 당시 현장상황을 묻는 말에 짤막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날 오후 5시 45분께 사고 발생 사흘 만에 고국 땅을 밟은 충북 진천 중앙 장로교회 신도 15명의 표정은 하나같이 침통했다.
대부분 다치지 않았거나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은 터라 크게 몸이 불편한 듯한 신도는 없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몸 상태가 어떤지를 묻자 굳게 다문 입을 열지 않고 손을 내저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도들은 공항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공항 보안구역에 임시로 마련된 진료소에서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았다.
일부 여신도들은 힘에 부친 듯 눈을 감고 엎드린 채 진료 차례를 기다렸다.
진료소에 앉아있던 차기호(57)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생각하기도 싫고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고 (국민이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교회 집사로 아내와 함께 성지순례를 갔던 차씨는 "사고 당시 '뻥' 하는 굉음이 크게 났다"며 "그 소리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밖에 나가려고 하는데 차 밖에서 교전하는 듯한 총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차씨는 "그나마 교인들이 침착하게 대처했고 현지 영사관에서도 많이 지원해줘서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행 중 부모와 같이 귀국한 이모(12·여)양은 "가족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며 "다친 사람들이 빨리 치료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항 밖에서 비행기가 도착하기 1시간여 전부터 피해자 가족과 교회 관계자들, 진천군청 직원들이 모여들었다.
피해자 구성출 씨의 누나는 "사고 소식을 듣고 놀랐지만 그래도 많이 안 다쳐서 이렇게 들어올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이철환 씨의 고향 친구라고 밝힌 한 남성은 "뉴스를 보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다행히 '괜찮다'는 답이 왔다"며 안도했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1시간여 뒤 신도들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가족들은 말을 하기보다는 손을 부여잡으며 서로 안부를 확인했다. 이들의 얼굴에는 걱정과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가족들은 서로 얼싸안고서 몰려든 취재진을 피해 공항 경비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면서 진천으로 향하는 버스로 이동했다.
공항에 나온 교회 신도 김모(54)씨는 "전에도 몇 번 한국 교회가 성지순례 중 폭탄테러를 당했지만 설마 우리 교회가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이것이 교회 차원의 문제인지 여행사, 정부 차원의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