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연규 연천군 환경보호과장
수도권 면적은 남한의 약 12%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약 48%가 살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모이게 된 데는 과거 지방에는 이렇다할 산업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서울로 몰려들면서 환경오염, 교통체증, 치솟는 땅값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수도권으로 거주지와 산업시설이 하나 둘 옮겨지면서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공포되기에 이르렀다.

이 법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시설을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유도하여 수도권을 질서있게 정비하고 균형있게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이 법에 의해 수도권은 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자연보전권역으로 나눈다. 성장관리권역으로 분류된 연천은 인구 집중을 유발하는 각종 시설의 신설과 증설이 전면 금지되면서 성장관리 단어가 무색하다. 연천은 남과 북으로 분단된 이후부터 군사시설보호법에 묶여 화장실 하나 마음대로 고치지 못하는 등 사유권 행사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연천군민은 분단 이후 지금까지 안보 논리에 밀려 재산권을 침해당하면서도 이렇다 할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인내해 왔다.

최근 연천을 대기관리권역으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을 과연 군민들이 수긍할지 의문이 간다. 수도권 대기환경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015년부터 시행되는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 심의 과정에서 광주 안성 포천 여주시와 연천 양평 가평 등 7개 시·군을 대기관리권역에 포함하는 안건을 심의했다. 당초에는 연천을 비롯해서 양평 가평 등 3개 군이 대기관리권역에서 제외됐는데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포함되는 것으로 방향이 급선회했다. 이들 3개 군이 수도권이기 때문에 포함시켜야 한다지만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미미한 청정지역을 단지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대기관리권역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는 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연천의 현실이 이럴진대 수도권 대기관리권역으로 추가 지정된다면 주민의 재산권 등은 더욱 행사하기 어려워지면서 침체가 고착화되어 결국 지역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연천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정지역인 만큼 자칫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도권 관리권역으로 지정되면 그 지역의 대기오염이 심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기관리권역에 포함되면 경유차 배출가스 낮춤장치 설치가 의무화되고 대기배출사업장의 관리가 강화되는 등 규제로 인한 추가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연천군민이 이중 삼중의 규제속에서 가혹하리 만큼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수도권에서 사는 것도 죄가 되는 세상인가 보다.

/이연규 연천군 환경보호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