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이승훈이 역주한 뒤 트랙을 돌고 있다. 왼쪽 사진은 이 종목에서 금·은·동메달을 휩쓴 네덜란드의 요릿 베르흐스마(가운데), 스벤 크라머르(왼쪽), 보프 데용. /연합뉴스
▲ 스피드스케이팅
후반체력 열세 속도 느려져
네덜란드 금·은·동 싹쓸이
사상 첫 메달 '팀 추월' 도전


한국 빙속 장거리 간판스타 이승훈(25·한체대)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오렌지돌풍'에 막혀 비록 원하던 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1만m에서 제 실력을 보여줬다.

이승훈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아쉬운 4위에 그쳤다.

비록 '최강자'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의 실격이라는 도움이 있었지만,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하지만 대회 개막 직후인 8일 5천m에서 12위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것을 떠올린다면 지난 10일간 철저히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레이스였다. 기록도 5천m 때와 달리 '이승훈 스타일'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는 평가다.

이날 이승훈은 1바퀴 랩타임에서 꾸준히 30초대의 기록을 찍고 2천800m지점까지 1위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리스트인 요릿 베르흐스마(네덜란드)보다 앞선 레이스를 벌였다.

후반들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는 5천m와 약간 다르게 이승훈은 1만m에서 초반에 속도를 붙여 앞선 뒤 후반에 최대한 버티는 스타일로 레이스를 진행한다.

후반의 버티기에 성공하면 입상권에 들어가고, 실패한다면 중·상위권에 머물게 된다. 이런 전략이 전혀 맞아떨어지지 않고 실망스러운 경기를 치른 5천m때와 달리, 이날 이승훈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비록 이승훈은 7천200m 지점까지 한 바퀴 랩 타임을 31초대로 찍으면서 잘 버티는듯했지만 8천m 지점을 넘어서면서 체력의 열세를 드러냈다. 조금만 더 버텼다면 동메달도 노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레이스 후반들어 기록이 떨어지는 것은 대부분의 선수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이승훈의 오버페이스를 탓하기보다는 1∼3위를 휩쓴 네덜란드 선수들의 체력이 대단했다.

중요한 것은 이승훈이 5천m 부진에서 탈출할 기미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승훈은 사상 첫 메달을 노리는 팀추월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팀추월은 네덜란드가 사실상 금메달을 예약한 가운데 러시아·폴란드·독일 등과 한국이 나머지 은·동메달을 두고 경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형준·김철민(이상 한체대)과 함께 나서는 팀추월에서 이승훈은 가장 많이 앞장서서 공기 저항을 막아내며 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승훈이 자신의 페이스를 찾을수록, 팀추월의 메달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이승훈은 "팀추월이 가장 재미있고 자신있는 종목이다"라며 다짐을 전했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