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에서 나고 자란 선비 화남 고재형(1846~1916)이 문한가 집안의 '일류 문인'은 아니었을지라도 그가 쓴 '심도기행(沁都紀行)'은 주목할 만하다.
고재형이 환갑의 나이에 아픈 몸을 이끌고 집안 대대로 살아온 고향의 유풍을 두 발로 찾아다니면서 쓴 기행문이 심도기행이다. 이 기록에는 강화의 역사와 인물뿐 아니라 산천이 오롯이 남아 있다.
고재형이 1906년에 쓴 심도기행은 256수의 한시와 그에 딸린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1988년 강화문화원이 발간한 '강도고금시선'에 심도기행의 한시가 처음 실렸고, 2008년에 전체가 완전하게 번역됐다.
심도기행이 완역돼 세상에 드러나기까지 100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심도기행을 번역한 안양대 강화캠퍼스 김형우 교수는 "화남은 강화도의 모든 마을을 직접 답사했는데, 옛 선비들이 이렇게 고향을 돌아보며 남긴 자기성찰의 기록은 그 예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고재형이 심도기행을 쓴 목적은 후세에 읽히기 위함이었다. 오래 전 글이지만, 지금 읽어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고재형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다.
강화 삼량고 전동광 교감은 "하곡 정제두 선생의 묘를 거쳐 건평리 바닷가 해안으로 이어지는 길은 일명 '해가 지는 마을길'로 낙조가 일품이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 강화를 찾은 관광객 수만 해도 247만명이다. 이들에게 심도기행을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 '2015 세계 책의 수도'인 인천에서 심도기행이 재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명래기자
[책 읽는 인천, 문학속 인천을 찾다]'강화도 읽기' 화남 고재형의 심도기행
입력 2014-02-2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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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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