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겨여왕 김연아가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깔끔한연기를 펼쳤음에도 평소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큰 '긴장감'을 털어놨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아침 연습 때도 괜찮았고 낮잠도 푹 자서 기분이 좋았는데 경기 직전 웜업을 하면서 긴장감이 몰려왔다"면서 "점프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실수 없이 마쳐서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의 삽입곡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에 맞춰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기술점수(TES) 39.03점과 예술점수(PCS) 35.89점을 더해 74.92점을 얻었다.

이 점수로 김연아는 앞선 16명의 선수를 모두 제치고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그런데도 그는 "웜업하면서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무척 긴장했다"면서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쇼트프로그램 한 것 중 오늘이 최악이었다"면서 "웜업에서 편하게 뛴 점프가 하나도 없이 최악의 상태에서 경기했다"고 자평했다.

긴장한 이유를 묻자 "저도 사람이니까 긴장감을 느낀다"면서 "그렇지 않아 보일때가 많지만 정도가 다를 뿐 긴장을 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습할 때 늘 쇼트프로그램을 클린 연기를 했기에 '연습에서 잘했는데 실전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저를 믿고 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제일 걱정된 게 첫 점프였는데 (마치고 나니) 한 시름 놨다고 생각했다"며 "첫 점프를 잘해서 다음에도 잘 풀렸다"고 곱씹었다.

이날 김연아가 받은 점수는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식 기록 가운데 최고이자 김연아가 역대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 가운데에서 5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4년 전 밴쿠버 올림픽 때 역대 최고인 78.50점을 받았던 점이나 이전까지 김연아가 거둔 성적을 고려할 때 다소 아쉬움도 남을 만한 성적이다.

이에 대해 김연아는 "매 시즌 룰이 바뀌니 다른 시즌과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간 줄곧 레벨 4를 받았던 스텝 시퀀스에서 레벨 3을 받은 것은 아쉽다.

그는 "스텝에서 삐끗하기도 했고 턴이 매번 다르다 보니 레벨이 그렇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점수가 발표되고서 잠시 미소를 지은 상황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다가 다 끝나고 긴장이 풀려 웃음이 났다"며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직 아사다 마오(24·일본),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 등의 연기가 남아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앞선 선수들과의 큰 격차 덕분에 김연아의 올림픽2연패 전망은 어둡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까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소냐 헤니(노르웨이)와 카타리나 비트(동독), 단 2명뿐이다.
김연아로선 앞으로 남은 프리스케이팅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프리스케이팅은 '선수 김연아'의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다.

김연아는 "오늘 같은 상황이 일어날까 봐 걱정이긴 하다"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베스트를 했으니 끝난 일에 연연하지 않고 내일만 생각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소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