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최악이었다."
'피겨여왕' 김연아(24)가 깔끔한 연기를 펼쳤음에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온 얘기다. 그의 입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긴장감'을 털어놨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아침 연습 때도 괜찮았고 낮잠도 푹 자서 기분이 좋았는데 경기 직전 워밍업을 하면서 긴장감이 갑자기 몰려왔다"면서 "점프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실수없이 마쳐서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완벽한 점프를 구사하며 100% 성공률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정작 본선 무대에선 점프에 대한 부담감이 엄습했다.
그런데도 그는 "워밍업하면서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무척 긴장했다.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쇼트프로그램 한 것 중 오늘이 최악이었다"면서 "워밍업에서 편하게 뛴 점프가 하나도 없이 최악의 상태에서 경기했다"고 자평했다.
긴장한 이유에 대해 "나도 사람이니까 긴장감을 느낀다"면서 "그렇지 않아 보일때가 많지만 정도가 다를 뿐 긴장을 한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연습할 때 늘 쇼트프로그램을 클린 연기를 했기에 '연습에서 잘했는데 실전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나 스스로를 믿고 경기에 임했다"고 전했다.
이날 김연아의 점수는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식 기록 가운데 최고이자 김연아가 역대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 가운데에서 5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에 대해 김연아는 "매 시즌 룰이 바뀌니 다른 시즌과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연아는 올림픽 2연패 달성 여부에 상관없이 '유종의 미'를 위해 최선의 연기를 다짐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오늘 같은 상황이 일어날까 봐 걱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베스트를 했으니 끝난 일에 연연하지 않고 내일만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