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 시나이반도 타바 국경검문소 앞에서 벌어진 자살폭탄 테러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있던 버스가 완파됐다. /샤름 엘셰이크=연합뉴스

이집트 성지순례 도중 폭탄 테러를 당해 부상당한 충북진천 중앙장로교회 신도 15명이 20일 귀국했다. 이로써 이집트 테러로 생존한 신도 총 30명이 사고 발생 나흘만에 모두 고국 땅을 밟았다.

이날 귀국한 이집트 테러 부상자 신도들은 대부분 다리에 폭탄 파편이 박혀있어 전날 귀국자들보다 부상 정도가 심했다. 

몸이 불편한 이집트 테러 부상자들은 비행기가 착륙한 뒤 30여 분이 지나서야 공항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몸을 싣고 게이트에 모습을 나타냈다.

대다수는 다리에 깁스하거나 얼굴과 팔 등에 반창고를 붙인 상태였으며 마스크를 쓰거나 모자를 뒤집어써 얼굴을 최대한 가린 채 서둘러 게이트 밖으로 이동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부상 정도가 심한 한 여신도는 휠체어를 타고 나오다 고통을 호소해 도중에 들것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이집트 테러 부상자들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 이집트 테러 부상자 귀국. 20일 귀국한 직후 치료를 받기 위해 현대아산병원에 도착한 충북 진천중앙장로교회 신도 김영철 씨가 귀국자 대표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씨는 "이번 사고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 입국한 이집트 폭탄 테러 피해자 15명은 서울대병원과 현대아산병원으로 나뉘어 정밀검진을 받은 뒤 치료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신원을 밝히길 거부한 한 50대 여신도는 "현지 병원이 약이 많이 부족해 우리나라보다 치료가 미흡했지만 그래도 잘 대해줬다"며 "나는 상태가 많이 나아져서 왔지만 다리가 부러졌는데 수술을 못해 피를 계속 흘리는 상태로 오신 분도 계시다"고 전했다.

직접적으로 테러 피해를 당해 발가락을 절단한 김동환 목사는 양다리에 깁스를 한 채 귀국했다. 그는 '치료나 수술은 잘 받았나', '몸 다른 곳은 괜찮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힘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신도들과 동행한 외교부 직원은 "일부 부상자 중에는 수술이 바로 필요한 분들이 있다"며 "다리에 파편이 많이 박혔는데 큰 파편은 제거했지만 잔편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직원은 "버스 의자가 방어막 역할을 하면서 신도들 상체보다는 다리에 폭탄 파편이 집중됐다"며 "사실상 방어막이 없었던 앞좌석 신도들이 숨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 의료수준이 열악했던 것 같다"며 "수술을 빨리 받고 싶다고 한 분들이 있어서 귀국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고 덧붙였다.

이날 귀국한 이집트 테러 부상자들은 몸 상태를 고려해 입국장을 거치지 않고 게이트에서 별도 엘리베이터를 이용, 보안초소를 통과한 뒤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집트 테러 부상자들은 가족의 뜻에 따라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으로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 이집트 테러 부상자 귀국. 이집트 폭탄테러 현장에서 테러범을 온몸으로 막아 희생자를 줄이고 숨진 현지 가이드 제진수씨의 시신을 실은 차량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제씨의 빈소는 이날 오후 8시 서울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연합뉴스

한편, 사고 당시 테러범을 온몸으로 막아 희생자를 줄이고 숨진 현지 가이드 제진수(56)씨의 시신도 이날 오후 4시 50분 께 고국 땅을 밟았다.

현지 가이드 겸 여행업체 사장인 제씨는 테러범이 버스에 발을 들이는 순간 밀쳐내 희생자를 최소화했지만 정작 본인은 목숨을 잃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집트 테러의 또 다른 희생자인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교인 김홍렬(64)씨와 가이드 김진규(35)씨의 시신은 21일 오후 국내로 이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