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겨여왕' 김연아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20일 오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 피겨스케이팅
'역시 '강심장' 김연아였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피겨여왕' 김연아(24)의 위용은 남달랐다. 여자 싱글의 '뚜껑'을 열어 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선 김연아가 74.92점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예상과 달리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74.64점)·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74.12점)가 2, 3위를 마크했다.

당초 이 종목에선 밴쿠버올림픽 금·은메달리스트인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일본)가 오랜 맞수 관계를 유지한 가운데 러시아의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삼각구도'를 형성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리프니츠카야는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 65.23점으로 5위에 머물렀고, 아사다는 아예 한 번도 제대로 된 점프를 뛰지 못하는 최악의 경기력으로 16위(55.51점)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강심장' 김연아는 달랐다. 그는 특유의 정확한 '명품 점프'를 구사하며 자신만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가 기록한 쇼트 프로그램 시즌 최고인 74.92점은 왜 그가 '피겨 여왕'이라는 말을 듣는지 모든 이들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그동안 제기된 '텃세 우려'대로 이날 심판의 판정은 김연아에게 다소 박했고, 다른 경쟁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후한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김연아가 '교과서 점프'라는 별명대로 워낙 정확한 기술을 구사한 덕택에 이런 견제에도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반면, 동갑내기인 김연아와 맞수 관계를 형성하며 세계 여자 피겨의 인기를 쌍끌이해 온 아사다는 영원한 2인자로 밀려났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김연아의 완벽한 연기에 주눅이 들어 프리 스케이팅에서 실수를 연발하는 등 정신력에서도 무너졌던 아사다였다.

또 한명의 우승후보로 거론된 리프니츠카야도 막상 경기가 끝나자 시험을 망친 얼굴이 역력해 보였다. 그는 단체전에서 대담한 연기를 펼치며 러시아가 금메달을 따내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막상 혼자 출전한 싱글에선 실수 투성이였다.

결국 아사다와 리프니츠카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김연아의 그늘에 가려 좌절을 맛봐야만 했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