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유통 탓 떨이수준
손님들 마트에 다 빼앗겨
"북적이던 가게풍경 추억"
문구점살리기연합 농성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강모(41)씨는 며칠 전 인근 대형마트에서 딸의 학용품을 모두 구입했다.

연필과 공책, 필통 등 기본적인 문구류는 물론 실내화, 스케치북, 크레파스, 물감, 색종이 등 초등학생들의 필수 준비물까지 할인 판매하고 있었다.

강씨는 "예전에는 대형마트에서 문구류를 사려면 묶음 단위로 사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요즘은 낱개로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다들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것 같다"며 "노트 한 권을 10년 전 가격인 600원 정도에, 다른 물건들도 1천~3천원가량에 구매할 수 있으니 떨이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학기를 코앞에 두고 대형마트와 동네 문구점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새학기 문구용품 특집전' 등을 마련해 놓고 각종 학용품을 반값 수준으로 판매하다 보니, 같은 기간 대목을 기대했던 골목 문구점은 손님을 마트에 다 뺏기고 있다.

롯데마트는 자체 PB상품인 '초이스엘 몽몽 문구 시리즈' 중 스케치북은 3천300원에, 노트는 한 권에 680~1천150원에 판매하는 등 동네 문구점의 반값 수준에 내놨다.

롯데마트는 지난 6일부터 19일까지 신학기 학용품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9.2% 올랐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도 지난달 출시한 YG 빅뱅의 캐릭터 문구 상품을 20% 할인 판매하는 동시에 헬로키티 문구의 1천~3천원 균일가 판매행사도 진행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무래도 마트는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대량 판매를 하다 보니 '규모의 경제'에 맞게 더 저렴한 가격에 문구류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원시 권선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박모(42·여)씨는 "동네 문구점은 이맘때 판매량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실내화 등을 사려고 수백명이 몰려 북적거리던 문구점 풍경은 추억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 등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는 신학기 특수를 노리고 문구 매출이 몰리는 2월에 각종 할인행사와 PB상품 등을 내세워 문구시장을 점령했다"며 무기한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신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