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 은메달, 연아야 고마워. 제22회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피겨 여왕' 김연아(왼쪽 시상대 위)가 21일 오전(한국시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피겨스케이팅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플라워 세리머니를 마치고 태극기와 함께 링크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아쉬움이 남았지만 '피겨여왕'은 "홀가분하다"는 말과 함께 우리곁을 떠났다.

김연아(24)는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4조 마지막 순서로 나타났다.

4조의 워밍업 순서가 되어 선수들이 들어서자 수십 대의 카메라가 전날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른 '피겨 여왕' 김연아를 향했다.

같은 조에 러시아 선수가 두 명이나 포함된 터라 '러시아!'를 외치는 관중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김연아는 신혜숙 코치를 바라보면서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 김연아 은메달, 연아야 고마워. '피겨여왕' 김연아가 21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김연아는 기술점수(TES) 69.69점과 예술점수(PCS) 74.50점 등 144.19점을 획득,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74.92점)를 더한 219.11점으로 2위에 올랐다. /연합뉴스

관중석 곳곳에는 러시아 국기 사이에 태극기가 나부껴 김연아를 든든하게 만들었고, 김연아의 사진이 들어간 플래카드도 여기저기 내걸렸다.

"밴쿠버 올림픽 챔피언, 디펜딩 세계 챔피언"이라는 멘트와 함께 김연아가 소개됐고, 팬들의 함성이 '얼음 궁전'에 퍼졌다.

이제 이날의 마지막 연기자인 김연아의 순서. 앞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개최국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고 종합 점수 224.50점으로 선두에 나섰지만, 김연아는 여느 때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다리를풀고 빙판을 씽씽 누볐다.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김연아가 연기를 시작하자 은반 위에는 숨소리마저 잦아들었다.

김연아가 '전매특허'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뛰어올랐을 땐 일제히 탄성이 터졌고,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점프 등 고난도 점프를 척척 해내는 김연아의 모습에 관중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 김연아 은메달, 연아야 고마워. '피겨여왕' 김연아가 21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김연아는 아쉽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특유의 섬세한 팔동작과 함께 음악이 끝나자 관중석에선 인형과 꽃이 쏟아져 내렸고, 이별의 아쉬움에 '김연아!'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커졌다.

선수로서 마지막 연기를 무사히 끝낸 김연아는 웃으면서 이별 의식을 치렀다.

사방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두 팔을 위로 뻗쳐 점수와, 메달과 관계없는 이날의 '승리자'임을 알렸다. 서서히 얼음을 지쳐 링크 가장자리로 향한 김연아는 신혜숙, 류종현 코치와 포옹하면서 참았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점수가 발표되자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에 흥분한 러시아 팬들의 함성과 한국 팬의 안타까운 탄식이 뒤섞인 가운데 본분을 다한 '여왕'은 미소를 잃지 않으며 은반을 떠ㅤㄴㅑㅆ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