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 은메달. 피겨여왕 김연아가 21일 오전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프로그램에서 클린 연기를 선보인 뒤 기뻐하고 있다. 김연아는 러시아 델리나 소트니코바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김연아는 21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9.69점과 예술점수(PCS) 74.50점 등 144.19점을 기록하며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74.92점)를 더한 합계에서 219.11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김연아는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바짝 따라붙은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216.73점)를 제쳤지만, 홈팬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224.59점)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이로써 김연아는 대회 2회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또 소냐 헤니(노르웨이), 카타리나 비트(동독) 이후 무려 26년 만의 피겨 여자 싱글 2연패에 도전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이날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150.06점), 2013년세계선수권대회(148.34점)에 이어 국제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한 세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총점 219.11점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218.31점) 때를 뛰어넘은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 김연아 은메달. '피겨여왕' 김연아가 21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아쉽게 2위를 차지한 뒤 쓴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개최국 러시아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소트니코바가 프리스케이팅에서만 무려 149.9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탓에 아쉽게 역전을 허용했다.

앞서 연기를 펼친 소트니코바가 매우 높은 점수로 앞서나간 탓에 마지막 순서로 빙판에 나선 김연아는 상당한 부담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럼에도 소치올림픽을 자신의 은퇴 무대로 공언해 온 김연아는 화려한 피겨 인생을 한 무대에 담아 보이겠다는 듯이 완벽한 연기로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주제곡으로 아르헨티나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여의고 작곡한 '아디오스 노니노'를 고른 김연아는 자신을 떠나보내는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슬픔과 그리움을 담은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날의 마지막 연기자로 은반에 선 김연아는 어깨를 살짝 들썩이고 팔을 휘저으며 연기를 시작했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10점)를 잘 뛰어올라 수행점수(GOE) 1.60점을 받으며 긴장을 털어낸 그는 트리플 플립(기본점 5.30점)을 완벽히 뛰어올라 1.20점의 GOE를 획득했다. 이어 김연아는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5.50점·GOE 1.00점)까지 처음 세 번의 점프를 무사히 소화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 김연아 은메달. '피겨여왕' 김연아가 21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마치고 류종현 코치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아는 플라잉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4)에 이어 템포가 빨라지는 음악에 맞춘 화려한 스텝 연기를 펼치며 연기의 첫 번째 절정을 장식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김연아의 스텝에 전날에 이어 최고 수준보다 한 단계 낮은 레벨 3을 줬다.

경기 시간 절반이 지나 기본점에 10%의 가산점이 붙는 구간에 들어선 김연아는'마의 3연속 점프'도 잘 소화했다.

트리플 러츠(기본점 6.60),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7.04점), 트리플 살코(기본점 4.62점)가 쉴새없이 이어지는 구간을 실수 없이 넘긴 김연아는 GOE로 2.69점을 더했다.

살코 점프가 끝나자마자 멈추는 음악과 함께 양팔을 앞으로 뻗으며 포인트를 준 김연아는 레벨 3의 레이백 스핀과 코레오 시퀀스로 다시 우아한 연기를 선사하며 점차 빨라지는 음악과 박자를 맞췄다. 마지막으로 더블 악셀 점프(기본점 3.63점)를 뛰어 GOE 0.79점을 얻은 김연아는 절정을 향하는 음악과 함께 스핀 연기를 펼쳤다.

선수 김연아가 마지막으로 보이는 최후의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은 레벨 4와 GOE 0.71점으로 기록됐다.

강한 악센트가 느껴지는 음악과 함께 독특하게 양팔을 교차하는 동작으로 김연아는 연기를 마무리했다.

김연아는 전광판에 뜬 점수가 은메달에 해당하는 219.11점이 나타났지만, 자신의 마지막 연기를 마쳤다는 기분으로 미소를 지었다.
 
▲ 김연아 은메달. 제22회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피겨 여왕' 김연아가 21일 오전(한국시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피겨스케이팅 싱글 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취재진 앞에 태극기를 두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연아, 금메달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동메달 이탈리아 캐롤리나 코스트너. /연합뉴스

한편, 김연아에 앞서 연기를 벌인 소트니코바는 한 차례 점프 실수가 있었음에도 TES 75.54점과 PCS 74.41점을 더한 149.95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받았고,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를 차지한 코스트너는 프리스케이팅에서도 GOE에서 한 차례의 감점만을 받는 좋은 연기로 142.61점을 받아 총점 216.73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전날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던 일본 피겨의 간판 아사다 마오는 총점 198.22점으로 6위에 올랐다.
'김연아 키즈'의 선두주자 김해진(17·과천고)과 박소연(17·신목고)도 아쉬움과 희망 속에 처음 치른 올림픽 무대를 마쳤다.

김해진은 프리스케이팅에서 95.11점을 획득,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54.37점) 합산 149.48점을 받아 16위에 올랐고, 박소연은 93.83점을 받아 종합 142.97점을 기록해 21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 모두 몇 차례 실수를 저지른 탓에 자신의 개인 최고점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첫 올림픽에서 나란히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따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한 희망을 키웠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