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훈(26·대한항공)·주형준(23·한국체대)·김철민(22·한국체대)이 나란히 달린 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네덜란드와의 팀추월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사상 처음으로 빙속 단체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주인공이 됐다.
모두 쇼트트랙을 하다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은 닮은 선수 인생만큼이나 완벽한 호흡을 선보이며 한국의 첫 팀추월 메달을 일궈냈다.
주축은 단연 이승훈이다. 유망한 쇼트트랙 선수이던 이승훈은 2009년 밴쿠버올림픽 직전 대표 선발전에서탈락하자 종목을 바꾸고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희망이 됐다.
종목 전환 직후부터 월드컵 시리즈에서 거듭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운 그는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5,000m 은메달과 10,000m 금메달을 따내는 기적을 이뤘다.
쇼트트랙과 역도 훈련 등 자신의 강점을 기르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는 올 시즌에도 남자 장거리 부문에서 월드컵 랭킹 3위에 올라 있는 한국의 간판스타다.
소치올림픽에서는 개인전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5,000m에서는 12위로 부진했다.
10,000m에서는 4위에 올라 선전했으나 소치올림픽 빙판에 불어닥친 네덜란드의'오렌지 폭풍'을 넘지 못해 분루를 삼켰다.
팀추월에서도 비록 아쉽게 네덜란드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후배들을 이끌고 2위에 올라 가장 강력한 대항마임을 증명했다.
밴쿠버에서 한국 장거리 빙속의 역사를 새로 쓴 그는 소치에서 팀추월의 역사를새로 썼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팀을 이끌었지만, 홀로 이룰 수 있던 건 아니다.

든든한 후배 둘이 이승훈의 뒤를 받쳤다. 주형준은 이승훈이 종목을 바꾼 지 1년 뒤인 2010년 9월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지도자의 권유에 따라 스피드스케이팅에 도전했다.
종목을 바꾸자마자 좋은 기록이 나와 자신감을 얻은 주형준은 본격적으로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1-2012시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활약했다.
월드컵 개인 종목에서는 주로 디비전B(2부리그)에서 뛸 때가 많았지만, 팀추월에서만큼은 은메달 6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대표팀의 든든한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김철민은 2009년 쇼트트랙 훈련 도중에 오른 다리 뼈가 부러지는 심한 부상을 겪고 나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옮긴 케이스다.
부상 이후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병행하다가 2011년 스피드스케이팅에 전념하기로 결정했고, 2012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쇼트트랙은 운이 따라야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오직 실력만으로 승부하면 된다"는 것이 김철민이 새 종목을 선택한 이유다.
201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5,000m 동메달을 따내는 등 개인 종목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는 유망주다.
김철민이 롤 모델로 이승훈을 꼽을 만큼 세 명의 팀은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뭉쳐 있다.
"개개인의 역량은 떨어지지만 이상하게 함께 달리면 시너지가 생긴다"는 이승훈의 말대로 이들은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주며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