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정철학과 기조를 정부에 뿌리내리고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각종 회의석상에서 많은 발언을 해 '깨알주문', '만기친람'이라는 비유도 나올 정도였다.
주요 이슈에 대한 자신의 시각과 철학을 비유와 인용 등 다양한 화법을 동원해 제시하기도 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국민정서가 좋지 않았던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박 대통령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며 한일 감정에 대한 심경을 드러냈다.
종단지도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의 당위성을 설명할땐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고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의 실책에 대해 그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김기춘 비서실장 등 신임 청와대 참모 임명장 수여식에서 "파도가 들썩들썩하면서 살맛 나게 되는 게 우리의 최고 목표"라고 열정을 주문했고, 3월 첫 국무회의때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될 때에는 "정치가 국민 앞에 앞장설 거란 말은 무수히 해 왔지만, 기득권 싸움 때문에 실종돼 가고 있다"고 정치권을 겨냥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밖에 "처음에는 털끝만한 생각의 차이가 나중에는 천리(千里)만큼의 결과 차이를 낸다"며 국정철학에 맞춘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그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란 화두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틔우기도 했으며, 지난 5일 국무조정실 업무보고때는 "진돗개는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한다. 진돗개 정신으로 해야 한다"고 강한 정부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1년간 성적표는 대체로 '안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0∼14일 전국 성인 남녀 2천5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를 해 지난 17일 발표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56.4%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4일 발표한 주간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3%포인트)에서도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전체(1천208명)의 55%였다. 50% 중후반대의 이러한 지지율은 박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51.6%를 웃돈다는 점에서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의 취임 1년을 평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무난하게 국정을 운영했다'는 쪽으로 모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