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로 빚어지는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업주들의 안전의식이 절실하다. 아무리 강력한 법규와 행정규제를 내놓아도 업주들의 안전의식이 없인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현실에 맞게 소방인력을 확충하면서 문제를 안고 있는 소방법을 손질하고 소방과 관련한 각종 사회보장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턱없이 부족한 소방인력
현재 우리나라 소방공무원은 2만4천여명으로 소방법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필수인력에 9천여명이 부족한 상태다. 1천600명이 필수 소방 인력인 인천시에도 1천79명에 불과해 520여명이 모자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정된 소방법에 맞춰 소방점검에 나서기 어렵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
실제로 소방점검을 담당하는 인천지역 소방서 인원은 모두 31명으로 서당 4~6명선에 불과하다. 이 인력으론 신축 건물에 대해 감리결과 보고서를 기초로 소방관련 시설이 설치됐는지 확인한 후 완공검사필증을 교부하는 기본업무도 처리하기 벅차다고 소방 관계자는 하소연한다. 이같은 인력부족 때문에 업주가 소방시설 완공필증을 받아 영업을 시작한 후 소방시설을 변경하더라도 신고를 받기전엔 단속할 엄두를 내기 힘들다고 한다.
천안 중앙소방학교 방재연구소의 경우 소방관련 석·박사학위를 소지한 전문가가 아닌 소방 공무원 3명이 국내 소방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게 우리의 소방현실이다.
◇다중이용시설 범위 확대 시급
지난 5월 일반 및 휴게 음식점, PC방 등의 시설을 다중이용시설로 분류해 개정소방법을 적용받도록 했다. 하지만 허가 또는 등록이 필요없는 신종 자유업에도 다중이용시설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급증하는 찜질방, 콜라텍, 화상대화방은 허가를 받지 않고 사업자등록만으로 영업할 수 있어 소방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따라서 소화기, 불연내장재, 자동소화설비, 유도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소방 관계자의 얘기다.
취재진이 지난 20일 오후 부평구 부평동의 한 찜질방을 들어가 보니 술에 취한 10대 청소년 5명이 잠을 자고 있었지만 소방시설이라곤 소형 소화기 2개가 전부였다.
시소방본부 관계자는 “허가가 필요없는 업종이라도 최소한의 소방법 적용을 받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절실한 소방행정의 일원화
일선 소방관들은 대형화재 발생 후 “소방검사가 부실했다. 눈감아주기식 소방검사였다”라며 질타하는 것과 관련해 소방행정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현동 화재 참사 직후 소방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법 개정이 올해서야 이뤄진 것도 모두 일원화하지 못한 소방행정에서 비롯됐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실례로 방화문 규격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경우 시 소방본부는 관계법령 개정을 위해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에 건의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 부처간 협조체계와 공조도 어려워 법개정에 항상 오랜 시일이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시 소방본부 심평강 방호과장은 “소방관련 연구와 법개정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라며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도 불구 현재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화재보험 의무가입 확대해야
매년 화재발생이 늘고 있지만 예방책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화재 전문가들은 소방·방재기준 강화 등 물리적인 규제 못지않게 화재보험 제도의 활성화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축물의 화재보험 가입률은 5%에 머물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화재 발생시 보상여부를 놓고 건물주와 행정당국, 피해 유가족 등의 갈등이 심각한 실정이다.
◇의용소방대 활성화 필요
현재 인천지역엔 64개 의용소방대에 1천693명이 활동하고 있다. 의용소방대는 만성적인 소방인력 부족을 해결키 위해 화재 발생시 진압·구조·구급활동 보조 임무를 맡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다. 의용소방대 활동이 저조한 것은 진압장비를 다루기 까다롭고 실제 출동 상황시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미흡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미국 등 소방 선진국의 경우 의용소방대원들이 정기적인 소방훈련과 화재진압에 참가한다. 이들 국가는 의용소방대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조세감면, 고용원조 프로그램, 공공시설 무료이용 등 각종 혜택도 주고 있다.
<인현동 화재참사 그 2년후> 점검담당자 31명뿐
입력 2001-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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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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