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6일 당초 예정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에 대한 최종 입장 발표를 유보했다.

이 사안을 다루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시한인 오는 28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약이행을 최대한 촉구한 뒤 최종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내부 고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공약이행이라는 명분을 택하며 '무(無)공천'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명분론과 현실론 사이에 끼인 복잡한 심경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김한길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도 기초선거에서 공천할 수밖에 없다고 오늘 말씀하지 않겠다"며 박 대통령을 향해 대선공약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결심을 "늦어도 2월이 다가기 전에 밝혀라"라고 압박했다.

앞서 민주당은 내부 의견을 수렴해 공천 유지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김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입장을 공식화하고 '공천 불가피론'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 대표는 회의에 앞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오늘은 '공천을 하겠다'고 말할 수 없다"며 '깜짝선언'을 해 분위기가 술렁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이 전날 김 대표에게 정당공천 폐지문제를 논의하자며 회동을 제안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더욱이 김 대표가 27일 안 의원과 전격 회동키로 하면서 김 대표의 최종 결단이 주목된다. 안 의원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무공천'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표가 정말 고민이 많은 것 같다"며 "그동안 공천유지로 결론나는 분위기였지만 대표가 심각하게 원점에서 검토하고 있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주변 인사들에게 "심각하게 근본적으로 고민을 해보자"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입장 결정이 늦어지면서 당내 진통도 계속되고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이날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토론회에 참석,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무공천론'을 거듭 폈다. 손 고문은 "죽는 길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게 사는 길"이라며 "그래서 안 의원도 그 길을 택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손 고문은 "공천유지 현실론이 당내에서 우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결단이라는 것은 역사를 보고 하는 것이지, 숫자를 보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길게 보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공약의 당사자였던 문 의원은 정확하고 분명한 입장을 오늘 중으로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도 마지막 순간까지 공약 실천의 관철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최선의 노력을 다한 후, 만약 안된다면 그때는 다시 지도부가 당원의 의견을 수렴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