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놓고 명분과 실리의 갈림길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공천폐지 공약에 대한 입장표명 요구에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으로서는 더이상 결단을 늦추기 힘든 상황이어서다.

민주당은 금주 초까지만 해도 공천유지 쪽으로 흐름을 잡고 발표 시기만 저울질하는 분위기였지만, 김 대표가 26일 예상과 달리 입장 발표를 유보하면서 기류가 바뀐 흐름이다.

김 대표는 27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내 의견은 충분히 아니까 오늘은 그(정당공천 폐지문제) 논의를 안해도 될 것 같다"며 "좀 더 고민을 해서 내일 오전까지 생각을 정리한 뒤 최고위원들과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이미 '무(無)공천' 방침을 선언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회동을 하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관철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김 대표는 회동에서 안 의원이 "민주당도 고민이 많으실텐데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다"며 무공천 동참을 압박하자 "참고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이윤석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표의 의중이 '공천폐지'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는 정황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무공천을 선언할 경우 현행법 규정에 따라 지방선거 출마자는 탈당을 해야 한다. 출마자 지지세력까지 포함하면 탈당규모가 최대 3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렇게 될 경우 여당 후보는 1명인데 반해 민주당 성향의 후보들은 난립하게 돼 선거패배 위험은 높아지게 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당의 토대가 흔들리게돼 광역단체장 및 광역의원 선거도 영향을 받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당장 민주당 간판으로 지방선거에 나서려던 많은 예비후보들의 반발 등 적잖은 후폭풍도 각오해야 한다.

뿐만아니라 안 의원에게 이미 '선수'를 빼앗겨 뒤늦게 무공천을 선언하더라도 이렇다할 득을 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의 맏형이 갈팡질팡 혼선을 거듭하다 줏대없이 안 의원 주장에 편승했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김 대표에겐 정치적 도박이나 다름없는 결정인 셈이다.

반대로 공천유지 결정도 마찬가지로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전(全)당원투표제를 통해 결정한 당론을 당 대표가 스스로 뒤집게 된다는 게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또 안 의원측 '새정치연합'과의 야권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천유지'를 결정하면 안 의원측과의 선거연대는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