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4일 오후 경기도 김포 시민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직자 긴급회의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양해의 말을 전하고 있다. 유 장관은 이날 "인천시장에 출마하라는 정치적 명령은 나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후보군의 진용을 조기에 구축하고 나섰다.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제3지대' 신당 창당 합의로 지방선거가 양자구도로 재편되면서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후보군을 조기에 확정하고 권역별 순회경선 등을 통해 흥행몰이를 한다는 구상 하에 이날부터 공천신청도 시작했다. 여기에는 야권의 신당 창당 효과를 차단해 보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핵심 장관이나 중진의원 가리지 않고 경쟁력 있는 후보들에 대해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향후 의원직 줄사퇴에 따른 '일시적 과반의석 붕괴'도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다.

4일 현재 새누리당의 의석 수는 156석으로, 광역단체장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중인 현역의원만 10여명을 웃돈다.

7월 재·보선에서 과반 유지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시적인 과반 붕괴가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與, 수도권 후보군 거의 윤곽…유정복 인천 출마 공식화

서울시장은 후보군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7선의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은 이미 출마선언을 했고, 미국에 체류 중인 김황식 전 총리는 오는 14일 조기 귀국한다.

선거판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당 지도부가 조기귀국을 종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 공천위는 현재 서울시장 후보 경선의 경우 흥행을 위해 3∼4개 권역별 순회경선과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지사 후보군도 윤곽이 잡혔다.

당초 원내대표에 출마하려던 5선의 남경필 의원은 당 지도부의 끈질긴 압박과 설득에 결국 경기지사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남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최종 입장을 내일 말씀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사 후보로는 이미 4선의 원유철·정병국 의원이 출마선언을 했고 4선 의원을 지낸 김영선 전 의원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이날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등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이날 "인천시장에 출마하라는 정치적 명령은 나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했다.
 
▲ 4일 오후 6·4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를 고려중인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열린 수원지역 당원, 주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시장에는 앞서 친박(친박근혜) 이학재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출마 후보자들의 바빠진 발걸음에는 당 지도부의 움직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최고지도부는 거물급 후보들의 출마를 안팎으로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與 후보간 '물고 물리는' 신경전

이런 가운데 벌써 후보들 간 견제 발언이나 경선 흥행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몽준 의원을 겨냥, "임기 중에 대권에 안 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약속을 어기면 대한민국 정치판을 떠나겠다는 서약을 하면 좋겠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 최고위원은 당초 4~10일로 정한 공천신청 접수일을 연장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김세연 제1사무부총장에게 "10일까지 등록하게 하세요. 연장을 하려면 미리 해야지, 누가 안해서 연장은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김황식 전 총리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정몽준 의원은 연합뉴스가 운영하는 보도전문채널 뉴스Y의 '맹찬형의 시사터치'에 출연, "그분은 새누리당원이 아니시죠. 그래서 오시면 빨리 입당하시고 같이 경선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언급을 했다.

정 의원은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이다, '친박이 민다'고 하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말도 안하는 것 같다.

그런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면서 이른바 '친박' 논란에 경고 메시지를 냈다.

안상수 인천시장 예비후보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유정복 장관에 대해 "모든 활동과 경력을 경기도에서 쌓은 윤 장관이 갑자기 인천시장 후보에 출마한다는 것에 대해 인천시민과 당원들은 인천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시장 출마선언을 한 새누리당 육동일, 이재선, 정용기 후보는 기자회견문을통해 노병찬 대전시 행정부시장이 시장출마를 공식화한 것을 두고 "출마 배후에 염홍철 시장과 강창희 국회의장, 청와대 최고위관계자가 있다고 하는데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면서 "상왕식(上王式) 공천시도가 계속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성영 대구시장 예비후보도 전날 성명에서 "원내지도부가 친박 핵심인사를 출마시키거나 다른 인사를 전략공천하겠다는 말을 일부 언론에 흘려 시민이 혼란스러워한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의원은 이날 황 대표와의 면담에서 "남경필 의원이 출마하면 도민과 당원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결국 최종적으로 경선에서 당선되는 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경기도를 동서남북으로 나눠 일주일에 한 번씩 순회경선을 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