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회사가 경영난 해소를 위해 도입한 중형버스가 비좁아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한 중형버스가 도로 한가운데에서 승객들을 태우고 있다.
요즘 인천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 사이에 “도대체 시내버스의 서비스가 왜 이 지경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운전기사의 개인적인 성향도 문제지만 경영악화에 따른 임금 체불, 중형 버스 도입으로 인한 임금 삭감, 대물 보험 미가입에 따른 운전자 부담 등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운전기사들의 근로 의욕을 크게 저하시키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 때문이다. 개선되지 않는 인천 시내버스의 서비스 실태와 문제점, 대책 등을 짚어봤다.
▲실태=지난 31일 오후 7시 40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논현주공 아파트 앞 정류장. 10여명의 공단 근로자들이 퇴근을 위해 남동구 남촌동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버스안에는 50여명에 달하는 승객들이 타고 있었고, 기다리고 있던 7명의 승객이 버스에 오르자, 버스안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혼잡을 이루었다. 몸이 부딪히는 것은 다반사고, 상대편 승객의 발을 밟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버스는 버스회사가 경영난 해소라는 명목으로 지난해부터 인천시내에 도입한 35인승 중형버스로 기존 도심형 버스(45인승)에 비해 10개의 좌석이 적다. 당연히 러시아워 시간대 이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근로 의욕 저하 요인=현재 인천 시내버스 6개 사업장에서 발생한 임금체불은 모두 18억여원으로 1천여명의 버스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도심형(대형) 버스의 중형 버스 전환으로 인한 임금삭감도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 26일 근무 기준으로 기존 도심형 버스를 운전했을 때는 월평균(상여금 포함) 185만여원을 수령했지만 중형버스로 교체된 후 130여만원으로 급여가 줄었다는 게 버스 노동자들의 얘기다. 1년 평균 650여만원의 연봉이 줄어든 셈. 인천에선 올해 103대, 지난해 134대 등 모두 237대가 도심형버스에서 중형버스로 전환됐다.
버스 회사들은 연료비, 보험료 등 각종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중형버스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시민들만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물보험 미가입에 따른 운전자 부담도 또다른 요인.
지난 8월 접촉사고를 일으킨 버스기사 이모(51)씨는 “회사측이 대물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월급에서 30만원을 변제해야 했다”며 “월급을 수령한 후 며칠동안 일할 의욕을 잃었다”고 말했다.
▲개선책=지난 6월 인천 시내버스 노동조합 분규시 시내버스 만성적자 해소를 위해 버스회사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35억원의 공적자금은 여전히 무소식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인천시가 연대보증인으로 나서, 금융기관에서 공적자금을 대출 받아 체불임금과 버스회사 경영난 해소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버스노동조합 개혁연대 박사훈(43)사무국장은 “사업주들이 장부상 부채를 늘려 놓은 채 채권자들을 이사 등 간부진으로 등재시켜 수익금의 상당부분을 부채에 대한 이자로 지불하고 있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행정기관의 규제와 함께 경영주들의 투명경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