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정치 현실은 요동치게 마련이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이라고들 한다. 정당간의 합당이나 정책연합, 선거연합 등 연합정치는 정치지형의 변화를 추동하는 주요 기제들이다. 1990년의 3당 합당, 1997년의 DJP연합, 2002년의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 시도 등이 광의의 연합정치의 일환들이다. 그러나 3당합당은 밀실야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DJP연합은 이념지향이 전혀 다른 정치세력간의 지역연합이라는 부정적 평가에 노출됐다. 2002년의 후보 단일화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정치가 연합정치의 긍정적 면보다는 부정적 면이 부각되는 이유는 선거를 앞두고 권력획득만을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라는 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3당 합당은 여소야대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여권의 계산과 제2야당이었던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내각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김종필의 셈법이 맞아떨어진 것으로서 정계개편을 가져왔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렇듯 정치세력간의 합종연횡은 정계개편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지 아직은 예단하기 힘들지만 집권당과 야권의 대립각을 선명하게 하면서 경사진 운동장을 정지작업하는 효과는 있다. 이는 정치지형의 변화를 초래하고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을 가져올 수 있는 폭발력 있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 등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거대정당의 독점 구조를 비판했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또 하나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시 안철수 교수가 정치혁신이나 정치개혁 등 새로운 정치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문재인 후보와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는데 지금의 민주당이 새정치를 담보할 만큼 혁신했는가 의문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질문들에 답하지 못하면 통합신당의 미래는 없다. 바로 이 지점이 신당이 야합이나 기존의 구태 정치처럼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치적 이해에만 기반한 선거공학적 이합집산인지, 야권 통합의 지평을 여는 훌륭한 연합정치인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4년전 5회 지방선거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의 연대가 위력을 발휘했다. 게다가 무상급식 어젠다로 야권이 선거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와 맞물리면서 야권의 승리로 연결됐다. 물론 지방선거가 정권 출범후 2년이 넘은 시점에서 치러짐으로써 정권심판론과 중간평가의 논리가 작동될 수 있는 정치상황적 요인도 한 몫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통합신당이 지난 지방선거와 같은 '연합'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예견하기에 변수가 너무나 많다.

우선 통합과정에서 이해관계의 충돌을 절충해 나가고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을지가 변수다. 민주당이나 새정치연합 내부의 정치적 의사 수렴이 생략되었기에 향후 추인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발이나 잡음이 갈등으로 표출된다면 통합은 빛을 발할 수 없다. 통합의 명분이 두 정치세력 구성원들의 실리보다 앞선다면 신당은 순항할 수 있다. 그러나 창당과정에서 지도부 구성이나 당직 배분,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공천을 둘러싼 이해의 충돌들이 노골화되면 이번 신당은 최악의 '통합'이 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정치에서 분열하는 쪽은 패배했고, 통합하는 세력은 선거에서 승리했다. 물론 예외가 있으나 비교적 일관되게 작동되는 정치적 함수다. 신당 추진이 야합이나 구태를 상징하는 이합집산이 아니고, 진정한 야권의 통합이 되기 위해서는 각 정치세력이 기득권을 양보하는 대타협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새정치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삶의 정치'를 먹고 사는 진보적 어젠다로 구체화하고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면 선거에서의 승리는 물론 한국정치 지형을 바꾸는 정치발전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통합을 견인할 리더십, 새정치의 구체적 실천, 민생에 천착하는 진정성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결여된다면 신당 시도는 참담한 실패를 결과할 것이고, 한국정치에서 또 하나의 이합집산이라는 정치적 퇴행의 전형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