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5일 6·4 지방선거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에게 '잘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유 전 장관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선언을 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박 대통령이 '인천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결단을 했으면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언급이 전해지자 민주당은 선거법 위반을 주장하며 박 대통령과 유 전 장관에 대한 맹공에 나섰다.
이번 논란은 6·4 지방선거를 불과 90여일 남겨두고 불거진 것이어서 선거전 초입에서부터 여야간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박광온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선거 주무장관을 사퇴시켜 광역시장 후보로 내는 것만으로도 관권선거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이도 모자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상의 지지 발언을 한 것은 명백한 선거개입이자 공무원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실제 유 전 장관에게 이런 말을 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면서 "중앙선관위도 선거 중립 위반으로 드러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2004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발언을 해 수사기관에 고발돼 탄핵까지 이어졌다"며 과거 탄핵 정국을 상기시키며, 이번 발언논란과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했다.
박범계 당 법률위원장도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명시한 공직선거법과 공무원의 정치개입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등의 위반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면서 "선관위에도 유권해석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전 장관 측과 새누리당은 덕담을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안 된다고 반박했다.
유 전 장관의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덕담 정도인데 너무 정치적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가장 기본적인 덕담을 건넨 것을 놓고 민주당이 적반하장의 부당한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면서 "침소봉대해서 대통령을 또다시 정쟁의 한 복판으로 끌어들이려는 불순한 꼼수를 내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의 과거 탄핵 사례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 없다",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당시 언급을 소개하며 이번 발언이 노 전 대통령의 발언과는 다른 사안임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유 장관에게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치권의 선거법 위반 논란과 관련,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공식 질의를 해 오면(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서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부산시장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작년 대통령 취임식 며칠 후 '부산시장직에 도전하겠습니다'라고 하니 박 대통령이 '부산은 중요한 곳이니 하셔야죠'라고 말했다"고 밝혀 선거법 위반 논란과함께 이른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 논란을 야기했다.
유 장관과 서 의원 모두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