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연결고리 튼튼한
산업으로 육성 가능한 분야
정부도 라이프사이클 짧은
특성 고려해 제품화와 시장진입
단축할수 있는 지원책 마련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인 지난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였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그냥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르륵 미끄러져 지탱하지 못한다"고 강조하였다.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으로 주목해야 할 분야가 의료기기 산업이다. 의료기기 산업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하며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보건산업정보센터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의료기기 생산액은 3조3천665억원으로 2010년 2조9천644억원 대비 13.6% 증가했다. 2006~2011년 5년 연평균 성장률은 11.5%이다. 수출은 2011년 1조8천5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고, 2006~2011년 연평균 18.9%로 세계시장 진출에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2013년 세계일류상품·생산기업' 76개사 중 의료기기 업체가 10개사가 뽑힌 바 있다. 특히 의료 영상 전송 시스템(PACS), 전자 의무 기록 시스템(EMR), 처방 전달 시스템(OCS) 등 IT를 접목한 의료 정보 시스템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기기 시장은 존슨앤존슨, 지멘스,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석권해 왔지만,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우리나라 중소업체가 늘고 있어 수출 증가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기기 산업은 강소 중견기업 육성에도 매우 적합한 산업이기도 하다.
의료기기는 평균 제품의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이 18개월로 매우 짧고 신제품의 대부분이 기존 제품에 비해 성능과 임상적 효과가 개선되는 혁신 주도형(innovation-driven) 산업이다. 의료기기 제조와 허가·심사업무는 그야말로 종합대학의 학문분야가 필요한 업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의학과 임상, IT, 전자, 재료, 광학, 바이오, 디자인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는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이기도 하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가진 최대의 이점은 풍부한 의료인력 자원이다. 10여 년 전부터 가장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의학 분야에 집중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으나, 이들이 이룩한 세계적인 의료 수준을 의료기기 산업과 접목하여 미래 국가 성장동력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필자가 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수렴할 때마다 의료기기 업체로부터 제기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내수시장 진출이다. 많은 의료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들이 미국, 유럽보다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선진국 시장에 당당히 수출하는 의료기기가 막상 국내 병원에서는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 관행'이 조속히 개선될 수 있는 '정상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하여 2012년 2월 '의료기기 상생포럼'이 발족하여 의료기기 개발에 수요자인 병원이 참여하여 기획부터 개발, 임상과 구매까지 연결하는 상생 네트워크가 가동되고 있다. 동 포럼은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8개 대형병원과 기업이 참여하는 수요자 연계형 상생 네트워크로 더욱 많은 기업과 국가 차원의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기기 개발제품의 시장 출시율이 15%에 불과한데, 이를 높여 나가기 위해서도 수요자인 병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가 기존의 치료 중심에서 건강관리의 개념으로 확대되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이에 맞춤형·개인형 의료기기의 신규시장이 창출되고, IT 관련 U-health(원격건강관리) 산업과 모바일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용기기 등 뷰티산업과의 연계도 활발하다. 의료기기 산업은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고용 효과가 매우 큰 사업으로 내수와 수출의 연결 고리가 강한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분야이다. 정부도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의료기기의 특성을 고려하여 의료기기 제품화 및 시장진입을 단축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지원책으로 의료기기 산업이 창조경제의 중심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은숙 대구식품의약품안전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