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 속에서 다시 만난 홍명보(45) 축구 대표팀 감독과 박주영(29·왓퍼드)이 마침내 희망가를 합창했다.
6일(한국시간) 오전 그리스 아테네의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1시간 앞두고 태극전사의 베스트 11이 공개됐고, 홍 감독은 1년1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박주영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택했다.
그리고 킥오프 18분 만에 박주영은 손흥민(레버쿠젠)의 크로스를 받아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그리스의 골 그물을 흔들었다. 마치 각본에 짜인 것처럼 박주영은 '경기력 논란'을 불식시키는 기막힌 골을 터트리며 홍 감독의 선택에 제대로 화답했다.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면 선발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원칙을 깨면서까지 박주영을 선발한 홍 감독으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박주영의 부활은 묘하게 2012년 런던올림픽 때의 상황과 교차된다.
런던올림픽에 나선 올림픽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홍 감독은 당시 '병역기피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박주영을 감싸 안았다.
박주영은 2011년 8월 모나코 공국에서 10년짜리 장기 체류 허가를 받아 병역연기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병역기피 논란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박주영은 2012년 6월 병역기피 논란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홍 감독은 "어려움을 겪는 선수와 함께하고자 한다"며 기자회견장에 동석했다.
비록 병역기피 논란 때문에 팬들의 감정이 나빠졌지만 홍 감독은 2012 런던올림픽에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데려가려고 기자회견장에 박주영과 함께하면서 '강한믿음'을 전달했다.
결국 올림픽 대표팀은 박주영을 공격의 구심점으로 삼아 사상 첫 동메달 획득의기쁨을 누렸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르고 홍 감독은 또다시 박주영과 힘겨운 상황에서 다시 만나야 했다.
홍 감독은 1월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서 국내파로만 꾸려진 대표팀을 끌고 평가전에 나섰지만 무뎌진 공격력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홍 감독은 이번 그리스 평가전을 브라질 월드컵에 나서는 최종엔트리의 확정을 위한 마지막 '옥석 가리기' 무대로 삼으면서 유럽파 선수를 대거 호출했다.
이런 와중에 홍 감독은 소속팀에서 제대로 나서지 못해 '경기력 논란'에 빠진 박주영을 발탁했다. 2년전 '병역기피 논란'에 이어 '경기력 논란'에 빠진 박주영을 두 차례나 보듬은 것이다.
박주영은 홍 감독의 선택에 "마지막 기회인 만큼 제대로 살리겠다"며 강한 의욕을 다졌고, 마침내 1년 1개월 만에 나선 평가전에서 화끈한 득점으로 홍 감독에게 '보은의 골'을 선사했다. 홍 감독과 박주영 모두에게 '해피엔딩'의 평가전이었다. /아테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