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중진차출론'
야권은 '통합신당' 카드 꺼내
유권자들은 혼란 스럽다
결국 우리가 정신 차려야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지방선거가 90일도 남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주요 인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시시각각 쏟아 놓는다. 평론가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분석하지도 않은 채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따른 판세 분석에 여념이 없다. 뭔가 빠진 느낌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후보인가를 유권자들이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일까.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셀 수 없이 자주 후보들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조사를 제안하지만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독자들이 그리고 국민들이 별로 관심 없어 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무선통신의 LTE급 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진화했지만 정치만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 후보자가 저 후보자를 얼마만큼 더 앞서는 지를 설명하기 전에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할지를 고민할 때가 왔다.
지방관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이가 다산 정약용이다. 혁신적 인물로 잘 나가다가 정쟁에 휩쓸려 귀양가는 신세가 되었다. 귀향지에서 다산은 '목민심서'라는 걸작을 내놓았다. 요즘 같으면 '지방자치 매뉴얼'이다. 200여년 전 유배간 사람의 책에 오늘을 사는 우리가 감탄하고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100년이 지나고 200년이나 지나도 아니 천년이 흘러도 리더의 덕목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다산은 우선 지방관리의 자기 수양을 언급하고 있다. 스스로 청렴하고 관리로서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떻게 남을 다스리겠는가.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감히 묻고 싶다. 후보로서 청렴하고 지역을 이끌어갈만한 자질과 소양을 갖추었는지 말이다. 다산은 또한 관리로서 사람을 쓰는데 있어 어진 사람을 등용하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한다. 이번에 재선 도전하는 현직 단체장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를 했는지 아니면 자기 사람을 심기위해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지방의 공공개혁과 빈부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복지를 언급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정책을 잘 추진할 수 있는 후보를 골라낼 안목은 우리에게 있는 것인가.
90일도 남지 않은 우리의 선거판을 다산이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여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 '중진차출론'을 내놓았다. 어제까지 아무 문제없이 장관하던 사람이 별안간 당의 부름이라며 깜짝 출마선언을 했다. 얼마 전까지 선거 출마는 없다고 몇 번을 다짐하던 다선 국회의원은 당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며 전격 출마를 발표했다. 지역구민들과의 약속은 약속이 아닌가. 불과 2년 전 지역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해 입법의원으로 당선되었던 그들이 아닌가. 무엇보다 국민이나 주민을 위한다는 마음보다는 당의 선거승리 그리고 모시는 위정자의 마음을 헤아린 처사라는데 불쾌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다산이 가장 강조했던 덕목은 바로 관리로서의 준비다. 아무런 사전 준비없이 '별에서 온 결정'을 내린 그들에게서 우리가 바라는 지방자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권은 여당의 중진차출론을 능가하는 '야권통합신당' 뉴스를 내놓았다. 유권자들은 혼란하다. 몇주전까지 새정치 경쟁을 했던 두 정당이 느닷없이 하나의 정당이 되겠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3월 6일 조사(전국 1천명, 유무선RDD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를 보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신당 창당에 대해 '선거 승리를 위한 야권통합'으로 보는 의견이 49.1%였고 '정치적 지향점이 같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16.7%에 그쳤다. 선거를 앞둔 두 당의 결정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추기 보다는 당리당략을 쫓는 모습이다.
선거를 생각하다보니 3월이 온 줄도 몰랐다. 3월은 봄의 또다른 이름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 있다. '할배'라고 할 정도의 나이 많은 남자 연예인들이 새로운 도전으로 해외여행지를 탐방하는 것이다. 돈만 많이 들인다면 훨씬 더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젊었더라면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비쳐졌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악조건속에 결국 웃음꽃을 보여주기에 희망을 심는 '할배'가 된 것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로부터 어떤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우리 유권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성큼 찾아온 봄에게 미안하지 않을 '꽃보다 지방선거'를 소망한다.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