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 도입과 낮은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등 정부의 의료정책 전반에 반발하며 10일 집단 휴진에 들어간 가운데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병원 수납·원무과 창구 앞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강원대병원에서는 이날 전공의 78명 중 필수과인 응급실(5명)과 중환자실(5명) 근무 인원을 제외한 총 68명이 휴진에 들어갔으나, 외래 등 타부서에 전문의들이 대신 투입되면서 진료에는 큰 차질이 없는 상태다. /연합뉴스

원격진료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에 들어간 10일 전국 각 지역에선 실제 휴진에 참여한 병의원이 많지 않아 우려됐던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휴진에 참가하는 병의원과 전공의들이 예상보다 늘면서 일부에선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 진료시간을 연장했다.

◇일부 지역 환자 불편…동네의원 휴진 참가는 '저조'

수원에 사는 정모(35)씨는 갑자기 열이 난 아들(4)을 안고 영통구 한 소아과 의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출입구에 '금일 원장님이 아파서 휴진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바로 옆 건물에 있는 내과로 뛰어간 정씨는 이곳 또한 '원장님 개인 사정으로 오늘은 오후 1시까지만 진료합니다'라고 적혀 있어 또 다른 병원을 찾아가야 했다.

정씨는 "다른 병원은 문을 열어 다행히 진료받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내 아이 건강을 볼모로 휴진한 의원은 다신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제주시 삼도동에 사는 강모(35·여)씨도 "생후 1개월 된 딸이 아파 인근 소아과에 가려했지만 문을 닫아 다른 곳을 찾느라 고생했다"며 "갓 태어난 아기들의 건강까지 담보로 하며 이렇게 집단행동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정이 이렇자 의원급 의료기관 996곳 가운데 272곳(휴진율 27.3%)이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된 대전 지역에서는 미리 휴진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환자 문의도 이어졌다.

대전시소방본부 관계자는 "단골 병원이 문을 닫았다며 휴진하지 않은 병원을 알려달라는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온다"며 "종합병원과 당직근무 병원 위주로 환자 상태에 맞춰 적절한 병원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3시 현재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 각지의 휴진율은 30%를 밑돌고 있다. 부산이 54.5%로 가장 높았고 제주 45.9%, 경남 48.5%, 대구 34.9% 등이다. 수도권은 경기 28.2%, 인천 17.9%로 집계됐다.

이는 각 지자체가 앞서 조사한 집단 휴진 예상율(17.4%)보다 다소 높은 수치다.



◇대형병원 전공의 휴진 동참 계속 늘어…'큰 차질은 없다'

경기 고양시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은 세브란스병원 소속 전공의 170여 명이 모두 휴진에 불참해 차질은 없었다.

인천 인하대병원은 전공의 240명 중 120명, 길병원은 268명 중 188명이 오전 휴진에 동참했다가 오후 3시 30분께 업무에 복귀했다.

강원대병원도 필수과 전공의 일부를 제외한 68명이 휴진에 동참했으나 전문의들이 공백을 메워 문제없이 진료가 이뤄졌다.

병원 로비는 평소와 다름 없이 진료를 기다리거나 수납하는 환자들로 붐볐다.

호흡기질환센터에서 진료를 마치고 나온 황모(58·여·홍천)씨는 "의사들이 파업 중인지 전혀 몰랐다"며 "별로 기다리지 않았고, 의사 선생님들도 파업 얘기 없어서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응급실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강원대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현재 필수과들이 정상 운영하고 있어 환자들의 큰 불편은 없는 상태"라며 "다만 휴진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환자들이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2000년도 의약분업 파업 때 정상 인력의 25∼30% 정도만 있었는데 정말 목숨을 다투는 환자들외에 외래 환자들은 다 돌려보냈다. 그런 사태까지 가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대구 경북대병원 등 5개 대형병원은 전공의 1천35명 가운데 843명이 휴진에 참가(81.4%)했지만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는 필수인력이 유지되고 있는데다, 교수들이 전격 진료에 참여하고 진료시간을 연장하는 등 탄력적으로 대처해 파업으로 인한 소란은 없었다.

각 대형병원의 외래 병동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전체 교수가 비번 없이 진료에 참여하고 의료기사 등의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대응했다.



◇각 지자체 휴진 현황파악 분주…대응 나서

각 지자체는 휴진 동참 병의원과 전공의 현황을 명확히 파악하느라 하루종일 분주했다.

전화를 통한 잠정 집계는 완료됐지만 일선 보건소는 직원들을 직접 병원으로 보내 휴진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추후 행정처분 대상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원 영통구보건소 관계자는 "일부 개원의들이 휴진 참가로 인한 불이익은 피하면서 휴진에는 동참하려고 '원장 개인상 이유' 등을 이유로 휴진하는 사례가 일부 있다"며 "다른 사유를 댔더라도 '별다른 이유 없이' 휴진한 사실이 드러나면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선 지자체는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건소와 지방의료원, 응급의료기관 등을 중심으로 진료시간을 연장하는 등 비상진료체제를 구축했다.

경기도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 도립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진료시간을 오후 7시 30분으로 1시간 30분 연장하고 45개 보건소와 121개 보건지소 진료시간도 오후 9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도내 63개 병원에는 응급진료체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병원급 의료기관은 외래 진료시간을 연장하도록 요청했다.

휴진 참가율이 다소 높은 충북도는 휴진을 예고한 의원에 진료명령서를 발송하고, 휴진율이 높은 제천시(80%)에 한해서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제주도 또한 의료계의 집단휴진에 따른 환자들의 불편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집단휴진 참여율이 어느 정도인지 예의주시하며 각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의 진료시간을 연장하는 등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