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끝난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너무 떨어져 현장의 비
난이 쏟아지면서 지난해에 이은 '수능 난이도' 악몽이되살아나고 있다.
이미 수능 당일부터 교육인적자원부 인터넷 홈페이지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항의로 완전히 마비돼 8일 오전까지도 접속불능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출제당국이 4∼5점 떨어지겠다던 2001학년도는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26.8점이나 점수가 올랐고, 올해는 출제당국은 16∼37점 떨어진다고 했지
만 수험생들은 적게는 40∼50점, 많게는 60∼70점까지도 떨어졌다고 주장
해 낙폭이 엄청나다.
"난이도와 변별력은 이율배반적인 관계지만 두마리 토끼를 다잡으려 애썼
다"던 안희수(安希洙) 출제위원장의 발표가 무색할 지경이다.
지난해 수능점수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올해 점수 하락폭이 다소 클 수는
있지만 입시기관의 예상대로 40-50점만 떨어지더라도 출제당국이 고수해
온 '적정난이도77.5점'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도로 진행되는 수능출제 방식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94학년도에 수능이 도입돼 97년부터 400점 만점이 된 이래 수능 난이도는
해마다 들쭉날쭉이어서 "난이도는 귀신도 못맞춘다"는 평가원의 궁색한 변
명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난이도 실패 이후 평가원은 출제위원단에 일선 고교 교사의 참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제 올해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교사는 제2외국어 6명
과 사회탐구,과학탐구에서 각 2명등 10명에 불과했다.
아울러 "올해 수험생들의 학업수준을 그다지 감안하지 않고 '수능시험의 항
상성'유지에 비중을 뒀다"고 밝힌 출제당국의 원칙도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
에서는 논란이되고 있다.
이른바 '이해찬 1세대'로 불리며 보충수업이 폐지되고 모의고사 응시횟수
도 제한받고 '한가지만 잘해도 대학간다'고 들어온 올해 고3 수험생들로서
는 혼란과 당혹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또 수험생들은 올수능의 난이도는 교육부가 지난 6월 수능과 똑같은 형태
로 고3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나 시도교육청별 학력 평가
와도 달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초강남 학부모연대 대표 김정명신씨는 "출제위원과 고3생들, 담당교사들
이 서로를 모르고 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거 아니냐"면서 "언제까지 이
런 소모전을 해마다 번갈아가며 계속할 것이냐"며 비난했다.
올수능의 또다른 관심거리는 난이도가 높았던 만큼 변별력을 확보했는지 여
부. 지난해 수능은 너무 쉬워 점수가 올라갔던 것도 문제지만 전체 수험생
점수 분포가 정상분포를 이루지 못하고 상위권으로 바짝 치우쳐 상위권에
서 변별력이 사라졌던 것이 큰 문제였다.
현재로서는 상위권 학생들은 점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고 하위권 학생들
은 커 변별력이 확보된 것으로 파악되지만 최상위권을 제외하면 상위권 학
생들도 모두 중위권대로 떨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최상위권 학생들간에 변별력이 없으면 대학들이 본고사를 실시
하자고 나설까봐 그들의 편의만 봐 준 것이냐"는 비난여론도 만만치 않
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