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 부산에서 첫 선을 보인 노래방이 10년만에 가장 번성한 업종으로 성장했다. 술한잔을 들이키면 어깨춤을 추며 노래를 흥얼대던 한민족의 '끼'정서를 파고든 노래방은 그러나 청소년들의 탈선과 가정파괴를 부추기는 불법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본보는 이에 노래방의 불법영업 실태를 고발하고 불법을 근절시킬 대책과 함께 노래방을 대체할 건전한 놀이문화는 없는가를 조명하는 기획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9일 오후 10시30분께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 H노래연습실. 업종은 분명 노래방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색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술병을 열심히 나르는 웨이터와 20대후반에서 30대 가량의 여자들이 이방 저방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유흥주점이다.
같은 시각 인근 K노래연습장. 이곳도 H노래연습실과 사정은 마찬가지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20대 아가씨를 부를까요? 30대 미시족을 원합니까?”라며 공공연하게 여성접대부를 권유했다.
속칭 '노래도우미'로 불리는 노래방의 여성접대부 불법영업이 만연된지 오래다.
오히려 경찰이나 행정기관의 단속에 걸린 업주들은 '왜 나만 단속하냐'는 식이다.
업주들은 대부분 술에 취한 손님들이 주류판매와 접대부 소개를 요구하기 때문에 손님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어쩔 수가 없다며 오히려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노래방 허가기준은 말 그대로 노래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가요반주기를 설치한 업소로 노래방 설치시 밖에서 방안이 보여야 하고 주류를 판매하거나 반입해서도 안되며 접대부를 고용하거나 소개해 줘도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만 도내에서 주류판매 및 접대부 고용 등 불법영업으로 경찰에 단속된 노래방은 10월말 현재 2천580개업소로 도내 전체 노래방이 5천여개소인 점을 감안할 때 50%이상이 불법을 저지른 셈이다.
경찰은 수원시에만 최소 200여개소의 보도방들이 성업중이며 도내 전체에는 1천여곳의 보도방들이 여성직장인이나 가정주부들을 노래방 등지에 접대부로 공급해 주며 불법영업을 부추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노래방의 불법영업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보도방은 인력과 장비부족으로 단속에 어려움이 많은데다 불법업소를 적발해도 신생업소가 우후죽순 생겨나 단속효과가 없는 실정”이라며 “관련법규 개정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밝혔다.
겉은 노래방 속은 유흥주점
입력 2001-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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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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