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획실에 근무하는 김모(34·수원시 영통동)씨는 오늘도 야근이
다. 약간 느지막한 시간에 근처 식당에 나가 든든한 저녁을 먹는다. 그리
고 동료들이 모두 퇴근할때까지 일에 빠져든다. 하지만 마지막 동료가 '수
고하라'는 인사를 남기고 사무실을 나서면 곧바로 김씨의 업무는 끝이 난
다. PC에서 작업하던 업무 파일을 닫고 웹브라우저를 띄워 인터넷 여행을
시작한다. 늘 들어가는 성인사이트에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그의
눈빛이 반짝인다. 낯뜨거운 장면들을 하나하나 감상하고, 수시로 사진과 동
영상을 저장하고, 다른 수많은 성인사이트들을 검색하면서 그의 거침없는 '
클릭'은 새벽까지 이어진다.
이제 '인터넷 중독'은 자기통제가 약한 청소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무실과 가정에 초고속통신망이 거미줄처럼 깔리면서 젊은 직장인들과 주
부들이 인터넷에 빠져들고 있다. 이들은 업무시간이든 업무시간이 끝난 시
간이든 가리지 않고 능력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시간을 동원해 PC에 얼굴을
묻는다. 때때로 상사들로부터 또는 가족으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이 날아오기
도 하지만 이미 중독된 이들의 인터넷 여행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젊은 직장인과 주부들의 인터넷 중독은 주제에 따라 크게 몇가지 유형으
로 나눠진다.
젊은 남성 직장인들에게 가장 많은 유형은 '인터넷 섹스중독'. 그리고 게
임중독과 주식중독, 채팅중독, 온라인 쇼핑중독, 홈페이지 중독 등이 주변
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직장인들의 인터넷 중독이다. 주부들은 채팅중독
이 가장 많고 온라인 쇼핑중독이나 주부관련 사이트 중독도 적지 않다.
인터넷 섹스중독에 빠진 직장인들은 30~40기가 바이트에 이르는 PC의 하
드디스크가 부족할 지경이다. 용량이 큰 온갖 포르노 동영상이나 에로 영화
들을 다운받아 PC에 수십편씩 저장해 놓기 때문이다. 근무시간에도 여성 직
원들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동영상을 감상하기도 하고 뜻(?)이 맞는 동료들
과 ftp를 이용해 수집한 동영상 파일들을 주고받기도 한다. 때로는 지나친
인터넷 섹스중독으로 인해 부부생활에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집에서도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 하기보다 인터넷에 빠져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정상
적인 부부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아내에게 엉뚱한 방식의 잠
자리를 요구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게임중독은 섹스중독보다는 건전한(?) 편이지만 한번 빠져들면 더욱 심
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요즘의 온라인 게임들이 대부분 오랜 시간
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승부욕이 강한 젊은 직장인의 경우 한번
게임에 빠지면 며칠을 뜬눈으로 새우고 직장에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들은 직장에서 퇴근하기가 무섭게 집이나 PC방을
찾아 다음날 새벽까지 모니터에서 떠날줄을 모른다. 아예 밤새도록 먹을 간
식과 갈아입을 옷을 싸들고 PC방을 찾았다가 아침에 목욕탕에서 샤워만 하
고 그대로 출근하는 '중증'의 환자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루종일 인터넷으로 주식동향을 살펴보고 주식에 투자하는 인터넷 주식
중독은 좀 여유가 있는 30대와 40대 직장인들에 흔한 유형. 이들은 아침에
출근하기가 무섭게 PC를 켜고, 주식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을 하고 난 이후라
야 비로소 하루의 업무를 시작한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번씩 주식사이트를
다시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오를 낌새가 느껴지면 만사를 제쳐두고 거래를
해야한다. 잠시라도 PC 앞에서 멀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안해하는 증
상을 보이기도 한다. 주식거래에 투자하는 금액도 만만치 않아서 주식시장
이 불황에 빠져들 경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외에도 볼펜 한자루라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해야 하는 '온라인 쇼
핑중독',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하루종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게시
판에 남겨진 글들을 살펴보는 '홈페이지 중독' 등 다양한 인터넷 중독증상
이 직장인들에게 널리 퍼져가고 있다.
주부들의 경우에는 채팅중독이 가장 심각한 인터넷 중독. 특히 아이들과
남편이 모두 나가고 난 낮시간에 집안일은 물론이고 점심까지 거른채 채팅
에 빠져있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 이런 주부들은 인터넷 중독으로 인해 발
생하는 문제들까지도 인터넷에서 상담하고 조언을 받으려고 하는 경향을 보
여 때때로 더욱 심각한 지경에 빠져들기도 한다.
'나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 현실 망가뜨리는 '사이버 마약'
입력 200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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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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