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만5천여명의 작은 마을에서 교육 이상향(理想鄕)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화성시 봉담읍. 대도시의 그늘에 가려 다소 무기력했던 소읍(小邑)이 의미있는 교육개혁의 실험장으로 변신하고 있는 현장이다.
물불을 가리지 못하는 수능, 교원정년 연장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 '왕따'로 인한 꽃봉오리들의 잇단 낙화(落禍). 학교는 있되 교육은 없는 우리 현실에서 '교육이상향'이라니.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죠. 에듀토피아 건설에 봉담만한 적지가 없어요. 반드시 된다고 봅니다.” 94년 봉담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해 7년간 교장으로 장기 복무(?)중인 박우철(59) 교장의 단언이다. 박 교장이 바로 '봉담 에듀토피아'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야전 사령관이다.
그는 봉담초등학교에 부임하자 마자 봉담읍을 교육 꿈도시로 만들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에듀토피아 조성을 위한 환경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곳. 봉담읍은 그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수원과 화성의 경계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 지루한 일상이 나른하게 반복되던 이 작은 마을에서 박 교장은 무슨 희망의 꼬투리를 본 것일까.
“와서 보니까, 봉담읍내에만 6개의 대학이 있더군요. 인구 몇만의 소읍에 대학이 6개라. 생각해보세요. 고품질의 교육자원이 이처럼 집중된 환상적인 여건이 어디 있습니까. 봉담 에듀토피아의 싹은 그렇게 돋은 거지요.” 봉담읍내에 있는 수원대, 협성대, 장안대, 가톨릭대, 수원여대, 농업전문대의 우수 교육자원을 활용해 봉담을 평생교육의 메카로 만들자는 게 박 교장의 구상이었다. 아울러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교육자원을 초·중·고 교육현장에 접목시키면 봉담에듀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지역주민과 각 교육기관이 유기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봉담에듀토피아'를 만들자는 그의 구상은 봉담읍 주민과 지역교육기관을 한 가족으로 묶는 '봉담교육가족운동' 캠페인으로 드러났고 지난 2000년 드디어 '봉담 에듀토피아' 프로젝트가 발표되기에 이른 것. 그리고 올해부터 에듀토피아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의 구상에 적극 찬성하고 나선 지역주민들과 대학측의 협조가 에듀토피아 프로젝트의 동력이었음은 물론이다.
봉담초등학교는 올해 수원대와 과학캠프를 운영한 것을 비롯해 협성대와 미술작품 제작 및 전시회를 가졌고 수원여대로부터 미술교육을 지원받는 등 에듀토피아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과의 연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수원대 교육대학원과는 교원 및 학부모 연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에듀토피아 건설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있다. 학교는 우수한 교육인력을 활용해서 좋고 대학은 교수현장을 확보해 좋은, 학-학 협력체제가 구체화된 것이다.
지역내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협조체제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협성대학교는 봉담 에듀토피아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봉담의 관문에 위치한 대진화학 담장 120m에 벽화를 제작중이다. 또 봉담읍에서도 관내 버스정류장에 간단한 서가를 만드는 등 에듀토피아 건설을 위한 환경조성에 적극적이다. 다음달 15일에는 협성대 음대에서 봉담읍민을 위한 송년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대학과 지역주민의 교류도 활발한 것이다.
봉담 에듀토피아 건설의 중추조직인 '봉담교육발전협의회'는 지역내 대학관계자와 학부모, 동문회, 유력인사들이 망라돼 각 분과위별로 세부계획을 실행중이다.
그러나 봉담 에듀토피아 건설에 걸림돌이 하나 있다. 지역에 고등학교가 없다는 것. 봉담, 갈담, 수기초등학교에서 봉담중학교로 이어지는 에듀토피아 교육프로그램이 고등학교 부재로 구멍이 나기 때문이다. 2000년 개교한 봉담중학교가 졸업생을 배출할 무렵이 다가오면서 봉담 사람들의 마음이 다급해진 것도 이 때문. 심재만(47) 봉담읍장은 “현재 택지개발예정지구가 본격 개발되면 2004년에나 고등학교 설립이 가능하다”면서 “우선 급한대로 봉담중에 병설고등학교를 신설한뒤 학교부지를 우선적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박교장과 봉담교육발전협의회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매달리고 있는 현안이다.
고등학교 문제만 제외한다면 현재까지 에듀토피아 운동은 순조롭다는 게 박교장의 생각이다. 학교를 정보문화센터로 만들기 위한 '교육정보문화관'이 내년에 완공된다. 학교운동장에 한창 건설중인 교육정보문화관이 완공되면 도서실 특기적성교실을 한데 모아 지역주민의 평생교육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또 내년부터는 협성대 미대교수들이 운영하는 창문아트센터와 연계교육을 실시하는 등 대학과의 연계교육 시스템도 더욱 확대된다.
“교육을 무너뜨리는 사람이 있다면, 교육을 세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봉담 에듀토피아 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학부모, 교사, 행정기관 등 봉담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교육적 차원에서 지역발전을 생각하
초중고와 대학, 학교와 주민 '한울타리' 이 해맑은 아이들 위해…
입력 2001-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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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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