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충북 제천시 보건소장 임
용에 탈락됐다 법무부의 특별채용으로 지난 14일부터 춘천소년원 의무과장
으로 일하며 의술을 다시 펼치고 있는 이희원(39)씨는 소감을 이렇게 피력
했다.
지난 7월 자리가 빈 보건소장에 제천시가 '장애인에게 15만 시민을 어떻
게 맡길 수 있느냐'며 임용을 거부하자 국가 인권위원회 발족이래 첫 번째
로 진정을 낸 이씨는 요즘 오전 8시면 출근해 1시간동안 회진을 하고 보건
교육시간에는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차별과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년원생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용기를 북돋우어 주고 있다.
또 새로운 사회생활을 앞두고 찾아오는 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루 2-3차례
문신제거 수술을 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하루 일과다.
그러나 이씨가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다 자치
단체장의 사심이 어우러진 이번 사건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사과를 받아내
는 것이다.
이씨는 지난 98년 보건소장에 임용될 수 있었던 첫 번째 기회에 이어 올
해에도 거부된 것이 진료활동보다 자치단체장과 함께 다니며 유지들과 술
을 마셔주고 업적을 홍보하는 등 재선을 위한 활동에 장애인 보건소장은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탈락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향이 대구인 이씨는 서울대 의대 재학당시 3-4년동안 소외된 계층을 대
상으로 야학활동을 하며 산업의학을 전공할 계획이었으나 본과 4년때 뇌출
혈로 쓰러져 오른쪽 다리가 마비돼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씨는 대학 은사의 권유로 지난 91년부터 제천보건소에서 근무를
시작했으며 이 곳에서도 농민들의 직업병 등에 관심을 갖고 가정형편이 어
려운 학생들과 불우청소년을 위해 무료로 수학 과외활동도 했다.
아울러 이씨는 6년동안 버스편으로 원주 연세대 야간 보건행정학과에 다니
며 석사와 박사 과정까지 마쳤다.
이씨는 "제천시가 뒤늦게 능률과 효율성을 고려해 장애인을 보건소장에
임명하지 못했다는 말은 사과라기보다는 변명으로 이는 장애인에 대해 편견
을 여전히 드러내는 것"이라며 "진정한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고 보건소장으
로 임명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