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충북 제천시 보건소장 임용에 탈락됐다 법무부의 특별채용으로 지난 14일부터 춘천소년원 의무과장으로 일하며 의술을 다시 펼치고 있는 이희원(39)씨.
"소외받는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은 보건소나 소년원이 같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충북 제천시 보건소장 임
용에 탈락됐다 법무부의 특별채용으로 지난 14일부터 춘천소년원 의무과장
으로 일하며 의술을 다시 펼치고 있는 이희원(39)씨는 소감을 이렇게 피력
했다.
지난 7월 자리가 빈 보건소장에 제천시가 '장애인에게 15만 시민을 어떻
게 맡길 수 있느냐'며 임용을 거부하자 국가 인권위원회 발족이래 첫 번째
로 진정을 낸 이씨는 요즘 오전 8시면 출근해 1시간동안 회진을 하고 보건
교육시간에는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차별과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년원생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용기를 북돋우어 주고 있다.
또 새로운 사회생활을 앞두고 찾아오는 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루 2-3차례
문신제거 수술을 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하루 일과다.
그러나 이씨가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다 자치
단체장의 사심이 어우러진 이번 사건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사과를 받아내
는 것이다.
이씨는 지난 98년 보건소장에 임용될 수 있었던 첫 번째 기회에 이어 올
해에도 거부된 것이 진료활동보다 자치단체장과 함께 다니며 유지들과 술
을 마셔주고 업적을 홍보하는 등 재선을 위한 활동에 장애인 보건소장은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탈락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향이 대구인 이씨는 서울대 의대 재학당시 3-4년동안 소외된 계층을 대
상으로 야학활동을 하며 산업의학을 전공할 계획이었으나 본과 4년때 뇌출
혈로 쓰러져 오른쪽 다리가 마비돼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씨는 대학 은사의 권유로 지난 91년부터 제천보건소에서 근무를
시작했으며 이 곳에서도 농민들의 직업병 등에 관심을 갖고 가정형편이 어
려운 학생들과 불우청소년을 위해 무료로 수학 과외활동도 했다.
아울러 이씨는 6년동안 버스편으로 원주 연세대 야간 보건행정학과에 다니
며 석사와 박사 과정까지 마쳤다.
이씨는 "제천시가 뒤늦게 능률과 효율성을 고려해 장애인을 보건소장에
임명하지 못했다는 말은 사과라기보다는 변명으로 이는 장애인에 대해 편견
을 여전히 드러내는 것"이라며 "진정한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고 보건소장으
로 임명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