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11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장애에다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해 자신의 의사조차 표시하지 못하던 은숙이가 이제 글을 읽고 쓰는 것은 물론 컴퓨터까지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기 때문이다.
은애적십자봉사원들이 은숙양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96년 12월. 봉사회 회장을 맡고 있던 편영희(53·여)씨가 불우이웃들에게 구호미를 전달하기 위해 범박동에 들렀다 추운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꾀죄죄한 운동복 차림에 맨발로 거리에서 떨고 있는 은숙양을 발견하게 됐다.
정신지체 증세를 보이는 은숙양을 집에 데려다 줄 생각이었던 편씨와 봉사원들은 가족 모두가 중증 장애인인 은숙양의 집안사정을 알게 됐다. 정신지체에 청각장애 증세를 보이는 엄마와 역시 장애인으로 알코올중독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 역시 정신지체 장애인인 4자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가정환경을 알게된 봉사원들은 이때부터 은숙양 돕기에 나섰다.
그러나 은숙양을 돕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장애인시설에 보내 보살피려 했지만 출생신고가 안돼 있어 받아주는 곳이 없는데다 부모의 호적조차 확인할 길이 막막했다.
인애적십자봉사회는 한달간의 끈질긴 노력끝에 출생신고를 하고 장애시설인 혜림원에 맡겨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했다. 또 은숙양의 동생들은 안양에 살고 있는 이모에게 맡겨 돌보게 한뒤 후원자가 돼 은숙양을 돕고 있다.
인애적십자봉사원들은 가정위탁 프로그램을 통해 매주 토요일이면 은숙양을 포함한 혜림원 원생들을 집으로 데려와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돕고 있다.
편씨는 “은숙이가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며 “편견 때문에 순수한 아이들이 소외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