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치료 등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분야는 물론이고 대장항문질
환, 척추질환, 안과질환, 코질환, 성기능장애 등에 이르기까지 개인병원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청담동 우리들병원은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등 척추 전문의만 18명이
다. 2개 층에 걸쳐 있는 8개 수술실에서 하루 50~60건의 척추수술·시술을
한다. 하루 평균 수술·시술 건수가 2~3건인 웬만한 대학병원과 규모면에
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서울 역삼동 하나이비인후과의원도 ‘코 전문의’만 8명으로 1~3명인 대학
병원을 규모면에서 압도한다. 그 밖에 대장항문질환 분야의 대항병원, 한솔
병원, 송도병원, 양병원 등도 최소한 규모면에서 대학병원을 압도하고 있
다.
특정 질환에 대해선 실력도 대학병원보다 앞섰다는 게 이 병원들의 주장이
다. 이에 따라 아직까진 ‘중증도’가 낮은 질환에 국한돼 있지만, 최근엔
대학병원이 개인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일도 빈번해 ‘의료전달체계 역
전’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의약분업을 전후해 대학교수들이 대거 개원에 합류하
면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안과의 경우, 지난해 초 가톨릭의대와 연세의
대 교수들이 대거 사표를 내고 서울 강남지역에 공동으로 개인 의원을 차렸
다.
최근엔 류머티즘 치료로 유명한 한양의대 김성윤 교수도 개인병원을 냈다.
이렇게 최근 1~2년 새 개원한 의대 교수가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
고 있다.
연세의대 임승정 교수 등이 올 초 개원한 서울 세란안과에서 백내장 수술
을 받은 김진국(64)씨는 “쾌적한 시설에서 신속·친절하게 수술받아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의사’ 박재영 편집장은 “동네병원의 고급화·전문화는 자연
스런 추세지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검사나 진료를 ‘신상품’으로 둔갑
시켜 ‘고객’을 유인하는 등 부작용도 일부 있다”며 “의술의 상품화로
인한 바가지·과잉진료를 근절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
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