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밤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 3일'(다큐3일)은 못 배운 한으로 눈물 삼켰던 세월을 뒤로 하고 다시 꿈을 꾸는 ‘나이든 소녀’들의 이야기.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마음만은 18세인 소녀들과 함께 한 3일을 카메라에 담았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평균나이 약 60세의 늦깎이 학생들의 배움터인 일성여자중고등학교가 있다.
10대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이나 여자였다는 이유만으로 학업을 포기해야했던 학생들이 만학의 꿈을 키우는 곳이다.
이 학교에는 매일 1,074명의 늦깎이 학생들은 가파른 등굣길을 오르며 배움의 언덕을 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이 곳 학생들은 교복 입고 학교 가는 친구를 부러워하며, 남몰래 눈물 흘렸던 가슴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이정순 씨(60세)는 "동생이 안 그래도 왜 힘든 걸 하려고 하냐. 편하게 살아라 하는데, 동생한테도 그랬어요"라며 "너는 날 힘들게 볼 줄 모르지만 난 이게 너무 행복하다. 이거보다 행복한 건 없다"고 미소짓는다.
중학교 2학년 송순옥 학생(68)세는 선생님 앞에서 더듬더듬 영어문장을 외우고 있다.
62세 때 처음 한글을 배운 송 씨에게 영어는 마치 외계어같다.
마음은 앞서고, 입술은 따라주지 않지만, 어려운 영어를 읽고 있는 송순옥 씨 얼굴엔 배움의 열의가 넘친다.
3년 과정을 2년에 걸쳐 공부한 일성여중고 학생들이 배움의 결실을 맺는 날.
졸업식장은 어느새 눈물바다가 된다. 수 십 년 전엔 학교를 못가는 설움에 흘린 눈물이라면, 오늘은 잃어버렸던 소녀의 꿈을 이룬 감격의 눈물이다.
'다큐3일'은 누군가의 딸, 아내, 어머니로만 살아왔던 사람들. 이제는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찾고, 만학의 꿈을 키워가는 나이든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