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김 피살사건' 은폐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외사부(박영렬 부장검
사)는 12일 지난 87년 장세동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장이 이 사건 초기부터
사건은폐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장 전 부장을 이틀째 소환, 조사한 끝에 사건이 발생한 87년 1월
수지김 남편 윤태식씨가 살인을 자백했다는 보고를 받고 남북관계 등을 고
려해 진상 발표를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 전 부장은 '적당한 시기에 사건 진상을 발표하려고 했지만 그
해 5월 인사발령이 나 사건을 매듭짓지 못하고 안기부장직을 떠났다'고 주
장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또 안기부가 납북될뻔 했다는 윤씨의 주장이 신빙성 없음을 알고
도 윤씨의 기자회견을 강행한 사실도 확인,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정모
전 안기부 해외담당 국장도 이날 재소환, 장 전 부장과 대질조사를 벌였다.
정 전 국장은 '차장을 통해 부장 지시를 받고 회견을 열었다'고 주장했지
만, 장 전 부장은 '납북미수 사건 발생 보고를 받고 현지 기자회견을 지시
했으며, 그 이후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맞섰다고 검찰은 말했다.
당시 윤씨는 자진월북을 위해 주싱가포르 북한대사관에 들렀다가 미국대
사관을 거쳐 한국대사관에 도착했으나, 안기부는 기자회견에서 미국대사관
에 들른 사실을 숨기도록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안기부가 윤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은 뒤 ▲살인 ▲납북미
수 ▲폭행치사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숙지하도록 교육시켰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경찰의 내사중단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된 이무영 전 경찰
청장을 14일께 재소환, 보강조사를 벌인 뒤 내주 중 관련자 기소시 87년
사건은폐 경위를 포함, 수사결과를 발표키로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