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이 있을 때 까진 공부할 생각이에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공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어와 일본어 공부에 여념이 없는 조희선(74) 할머니.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까지 인천시 연수구청 어학실습실에서 일본어 초급회화를 배운다. 또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진 연수구 동춘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영어회화를 공부한다.
두 과목 수강생 중에서 최고령자이면서 제일 먼저 나와 수업준비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할머니가 외국어를 공부한 지는 두 달이 다 됐다.
일본어 초급회화반 수강생은 22명. 수강생 대표를 맡은 박미란(40)씨는 “수강생 대부분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인 데 이들 젊은 사람들보다도 더 열심히 해 다른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강사 김원규씨는 “초급반에서 중급반까지의 기간이 6개월 정도 되는 데 두 과정을 마치면 일본어 대입시험 정도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고 강의를 하다보니 내용이 쉽지만은 않다”면서 “70대 중반의 할머니 입장에선 어려운 점이 많이 있을 테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조 할머니의 주소지는 연수구 동춘동 '영락요양원'. 지난 해 2월에 입소한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다.
할머니의 우렁찬 목소리와 꼿꼿한 모습에서 무연고 노인의 기색은 찾을 수없다.
영락요양원 박웅서(58) 총무는 “할머니는 요양원의 부족한 점을 서슴없이 지적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면서 “할머니의 배움에 대한 높은 열정은 젊은 직원들에게도 귀감이 된다”고 설명했다.
80대 후반의 할머니 두 명과 함께 생활하는 조 할머니는 방에선 막내다. 때문에 방 청소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요양원에서의 숙제와 예습·복습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할머니가 강의실에 일찍 나가는 이유다.
“요양원 안에서만 지내다 보면 늙었다는 느낌이 더 들어요. 밖에 나가 구경도 하고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있는 방법을 찾다 외국어 공부를 택했습니다.”
조 할머니는 목회자 출신이다. 20년 전 연천 전곡에서 목회자로 생활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신학공부를 시작했다. 신학대학원까지 7년을 공부한 할머니는 가평군 현리 가정집 사랑방을 빌려 '상하교회'를 세웠다. 여기서 4년 정도 목회를 이끈 할머니는 교회를 비워주게 되자 전국의 기도원을 전전하며 '협력목사' 노릇도 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기억력이 떨어져 배운 것을 금방 잊어버려요. 동료 수강생들과 강사 선생님이 더 관심을 갖고 가르쳐주는 것이 큰 보탬이 됩니다. 욕심같아선 중국어 등 다른 외국어도 공부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