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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뮤지컬 배우 첫도전…
늘 꿈꾸는 '보니'와 공감대
발성·발음… 가수때와 달라
매일 자정 넘기며 억척 연습
춤이나 추란 소리 안듣고파
가수 가희(34)는 '끼'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한 연예계에서도 대표적인 춤꾼으로 꼽힌다.
그는 걸그룹 애프터스쿨로 데뷔하기 전부터 유명 가수들의 백댄서로 이름을 날렸다. 2012년 초 개인 활동을 위해 팀을 탈퇴했지만 활동 당시 그룹내에서 그의 이미지도 단연 '춤'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다음 달 15일 개막하는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은 여러모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대중의 기억속에는 '춤추는 가희'만 있을 뿐 '노래하는, 혹은 연기하는 가희'의 모습은 거의 없기 때문.
게다가 아이돌이 유행처럼 뮤지컬 무대에 도전하며 가창력이나 성실성 등에서 구설수를 빚은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공연 관계자나 뮤지컬 팬중에는 그의 출연 소식에 일단 눈살부터 찌푸리는 이들도 있을 터다.
20일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그는 이같은 시각에 대해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라며 씩씩하게 말했다.
"뮤지컬 도전에 대해 걱정어린 혹은 불편한 시각을 잘 알고 있어요.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고요. 뮤지컬 무대에 오른 아이돌 가수들을 보며 '회사에서 시키니까 하나보다'라는 생각을 저 역시 한 적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절대 얼렁뚱땅하는 것은 안된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무척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이번이 첫 뮤지컬 도전이지만, 그는 오래된 뮤지컬 팬이라고 한다. 바쁜 스케줄속에서도 틈나는대로 공연을 보러 다니며 무대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회사에 늘 뮤지컬 좀 시켜달라고 졸랐어요.(웃음) '시카고', '지킬 앤 하이드', '고스트' 등에 나오는 매력적인 여배우들을 보며 '나도 저기에 한번 서보고 싶다'고 생각해왔죠. 지난해 '보니앤클라이드'의 국내 초연 무대도 당연히 봤어요."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은 올해초다. 지난해 초연 무대에 이어 이번에도 '보니앤클라이드'에 출연하는 배우 엄기준(38)이 그에게 '보니' 역이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오디션을 소개해준 것.
"엄기준 씨가 출연했던 뮤지컬 '베르테르'를 보고서 인사를 하려고 배우 소유진씨와 함께 백스테이지를 찾았죠. 이야기 도중 제가 뮤지컬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엄기준 씨가 '보니' 역에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오디션에 도전해보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오디션 지원서를 받을 수 있도록 엄기준이 다리를 놓아주긴 했지만, 이후는 철저히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었다.
"악보와 대사를 받자마자 2~3주동안 오디션 준비에만 매달렸어요. 다른 배우들이 연기한 동영상을 보기도 하고, 보컬 트레이너와 하루 10시간 이상씩 오디션 곡을 연구했죠. 오디션장에 가보니 무대에서나 보던 뮤지컬 배우, 가수들이 많아 크게 기대를 안했어요. 그런데 3~4일 뒤 '열심히 준비한 것 같다'며 합격 통보를 받았죠. 정말 기뻤어요."
그는 '보니' 역할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보였다. 경제 대공황기를 맞은 1930년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난 남녀 2인조 강도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작품속에서 '보니'는 연인 '클라이드'와 함께 자유를 찾아 발버둥치는 청춘의 표상이다.
"현실은 초라해도, 꿈과 열정을 잃지않는 멋있는 여자예요. 가난한 시골 웨이트리스 출신이지만, 언젠가는 할리우드 스타가 될 거라는 꿈을 버리지 않죠. 첫눈에 반한 '클라이드'와의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만큼 정열적인 여인이기도 하고요. 저 역시 오랫동안 댄서생활을 하며 가수를 꿈꿨고, 가수를 하면서 또 뮤지컬 무대를 꿈꿔왔잖아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요."
물론 첫 도전이 쉬울 리 없다. "발성부터 발음·호흡법·손동작 하나까지 가수때와 완전히 다르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기분좋은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한다.
"3분안에 모든 걸 다 보여줘야 하는 게 가수의 무대라면, 뮤지컬 무대는 그야말로 살아 숨 쉬잖아요.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 관객과의 호흡, 배우의 역량 등에 따라 작품이 다른 색깔을 입게 되는 게 정말 매력적이에요."
그래서 그는 매일 오후 10시까지 이어지는 연습 일정을 마치고도, 따로 개인 레슨까지 소화하며 열의를 보이고 있다. 레슨은 줄곧 자정을 넘긴다.
"관객들에게 100% 만족을 드리겠다는 말은 못드리겠어요. 당연히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쟤는 그냥 춤이나 추라고 해'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요. 최선을 다해 '보니'를 연구하고 '보니'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춤말고도 보여 드리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