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 3일'(다큐3일)은 꽃샘추위로 시린 3월의 어느 봄날, 그래도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가는 대림동 중국 동포거리의 72시간을 담았다.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2동은 우리나라에서 중국 동포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으로 대림2동 주민 2만 5천 명 중 40%인 1만 1천명이 중국에서 온 동포들이다.

지하철 대림역 12번 출구 거리는 중국의 작은 도시에 온 착각이 들 정도로 붉은 색 바탕에 한자로 쓰인 간판이 즐비하고 여기저기선 중국말로 물건을 사고판다. 

하지만, 그 풍경을 걷어내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은 일본 강점기에, 여러 이유로 중국에 둥지를 틀 수 밖에 없었던, 소위 조선족이라 불리는 한국인들로 바로 우리와 같은 핏줄을 타고 난 ‘또 하나의 한국인’이다. 

대림동 중국 동포거리 중에서도 가장 붐비는 곳은 바로 대림 2동의 중앙시장 골목이다.

오랜 세월을 중국 문화 속에서 생활해 온 까닭에 그들의 입맛은 중국의 그것에 가깝지만, 일제에 저항하고 한국 문화를 지켜온 그들의 뿌리 의식과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은 누구보다 강하다. 

새벽 5시, 대림동의 도로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동포들을 싣고 갈 차들로 언제나 승합차가 장사진을 이룬다. 

가족을 위해 자식을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 우리가 3D라 기피하고 있는 수많은 일자리를 그들이 조용히 메우고 있다. 

한국 원주민들에게 중국 동포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방인’에 지나지 않았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어머니,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 온지 20년이 넘었지만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때로는 서운하고 때로는 야속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래도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들의 마지막 소원은 남은 여생, 이곳에서 따뜻한 고향의 봄을 맞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