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정에 세워진 친일파 재단 설립자의 동상철거를 주장해온 한 시민단
체의 끈질긴 요구에 따라 재단측이 동상을 철거키로 결정했다.
18일 광신학원(이사장 박병석) 에 따르면 학원측은 최근 열린 총동문회의
결정을 수용, 조만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광신고 교정에 세워진 재단설립
자 고(故) 박흥식의 동상을 철거키로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 철거일정을 논
의키로 했다.
이는 '대표적 친일파의 동상을 신성한 교정에 버젓이 세워놓고 기념하는 것
은 반교육적 처사'라며 항의해온 민족문제연구소(소장 한상범) 측의 동상철
거 운동 등 반대여론을 감안했기 때문.
민족문제연구소측은 지난 5월 동상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서울시교육청에
보냈으나 교육청측이 소관사항이 아니라며 결정권을 학원측에 일임하자 지
난 10월17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한달여간 광신고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항의집회를 벌여왔다.
문제의 동상은 박씨의 아들인 박병석 현 재단 이사장이 94년 사망한 부친
을 기리기 위해 96년 세운 것으로 당시 동상과 함께 부친의 호를 딴 유재기
념관까지 학교안에 건립했다.
박흥식은 국내 최초의 백화점인 화신백화점을 세운 '갑부'로 일제 말기 총
독부간부 등을 지냈으며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전투기 생산을 위한 재산 헌
납을 주도하는 등 친일행각 행위로 1949년 1월8일 반민특위에 의해 반민족
행위자 1호로 체포됐다.
광신학원의 모체는 도산 안창호선생과 박은식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이 1905
년 세운 '서우사범학교'로 일제 탄압으로 개교와 폐교를 거듭하다 경영난으
로 39년 박흥식에게 인수된 뒤 전투비행기 생산 전문학교인 조선비행기공업
학교를 거쳐 해방 이후 현재의 명칭을 갖게됐으며 재단 산하에 광신고, 광
신정보산업고, 중학교 등이 있다.
재단측은 민족문제연구소측의 동상철거 요구에 난색을 표명해오다 이달 초
소집된 동문회에서 철거쪽으로 의견을 모으자 이를 수용, 동상을 철거키로
최종 결정한 뒤 이러한 입장을 13일 연구소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