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격의료 허용 국무회의 통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법안이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원격의료 허용을 뼈대로 한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10월 입법예고된 원격의료 허용 법안은 집단휴진까지 불사한 의료계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혀 국무회의 상정이 미뤄졌다가 지난 17일 정부와 의료계가 원격진료 선(先)시범사업에 합의하면서 이날 국무회의에 올랐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통과한 원격의료 허용 개정안은 그간 의사와 의료인간에만 허용됐던 원격의료를 의사와 환자 사이에도 허용해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교육, 진단·처방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격의로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장기간 진료가 필요한 재진(再診) 이상의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와 섬·벽지 거주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일정한 경증질환자 등에 허용된다.

▲ 원격의료 허용 국무회의 통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수술 후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의 작동상태를 점검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나 교정시설 수용자·군인 등 의료기관 이용이 제한되는 환자에 한해서는 의원급과 병원급 의료기관이 함께 원격의료를 진행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원격의료만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은 운영할 수 없으며, 같은 환자에 대해 연속적으로 진단·처방을 하는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대면 진료를 병행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의·정 합의 결과에 따라 내달부터 6개월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해 결과를 입법에 반영할 예정이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기획·구성·시행·평가는 의협의 의견을 반영해 양측이 공동 수행한다.

원격의료 개정안에는 일단 '공포 후 시행 전에 1년 동안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는 의·정 합의 전에 완성된 문구로,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수정될 수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복지부는 "의협과의 협의에 따라 실시할 시범사업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기 전에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의료법 개정안에 그 근거를 반영할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사후 시범사업을 감안해 '공포 1년 6개월 이후'로 돼 있던 시행 시점도 사전 시범사업이 시행되면 단축될 수 있다.

▲ 원격의료 허용 국무회의 통과. 의료민영화 저지범국본 소속 단체 대표들이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원격의료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진통 끝에 원격의료 허용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갔지만 의료계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의협은 의·정 협의 이후 곧바로 "원격진료 반대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시범사업은 반대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의협은 이날 원격의료 허용 개정안에 '공포 후 시범사업' 문구가 수정되지 않은 데 대해 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의·정 협의 결과에 반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의결된 경위를 알려달라"며 "즉각 명확한 답변이 없을 경우 위중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도 성명을 내고 "원격의료 허용은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을 붕괴시키고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대표적인 의료민영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