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급격하게 고령화하고 있어 이에 대비한 주택정책과 사회문화정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인천시의 경우 2022년 65세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8년에는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강화군과 옹진군은 2001년 이전에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도심의 고령화는 원도심 지역의 재생의 제약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이와 관련된 도시 정책의 전반적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도시의 고령화로 인한 문제는 원도심 지역의 슬럼화로 이어져 전반적인 쇠퇴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원도심 지역의 노령화는 제조업을 비롯한 전통 산업의 쇠퇴와 부동산 하락의 한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로 인한 해당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의 도시재생투자 소홀을 낳게 되어 도시 경쟁력은 더욱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현상은 비단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전체의 문제이다. '젊은 수도권, 늙은 지방'이라는 통념이 무너지고 있다. 수도권 주요 도시들의 고령화 속도가 오히려 비수도권보다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고령화에 대비한 도시 인프라와 주택 수요 변화를 예측하고 변화에 부합하는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고령화에 대비하여 원도심 지역 도시계획의 고령친화적 개발이 당면한 과제이다. 병원, 공원 등을 주거시설과 가까운 거리에 배치하는 고밀도 복합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또 1인가구와 고령가구의 급격한 증가에 대비하여 상권 형성이 활발하지 않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노인전용 임대주택부지를 공급하는 방안, 무장애 주택과 노인친화형 디자인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노령화에 대비한 도시계획과 주택 대책과 별도로 사회· 문화적 정책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고령친화적 도시계획이 의도와 달리 원도심 지역을 고령화 지구로 기정사실화하고 도심 실버타운으로 고착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도시 공간이 생애주기별로 구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원도심 지역에는 청년층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여 청년세대가 유입되어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세대 균형적 도시재생전략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사업 중에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자원 봉사자 양성 프로그램이 있다. 유치원 등 유아교육기관에서 어린이들에게 선현들의 미담이나 전래동화를 재미있게 들려 줄 수 있는 스토리텔러 할머니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2009년 대구 경북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전국으로 확대되어 현재 약 1천명의 이야기 할머니들이 3천여 곳의 전국 유아교육기관에서 이야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어르신을 발굴, 이야기 구연 양성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후에 유치원, 초등학교로부터 파견 요청을 받아서 이야기를 구연하고 있다. 이야기를 통해 조손(祖孫) 세대간의 문화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옛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는 아이들의 인성함양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고령화 시대 노인층의 여가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성공적 프로그램을 지역별로 특성화한다면 그 파급효과가 배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래동화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에 도시와 마을이야기를 추가하는 것이다. 세대간 소통의 전령인 이야기 할머니들은 마을의 이야기를 통해 이웃과 이웃을 소통하는 역할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누리는 문화적 차이는 크지만, 실제로 일상에서 세대들은 공존하고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세대간 공유문화의 폭이 클수록 사회는 안정적으로 유지 발전될 수 있다. 도시계획에서 세대와 세대가 공간적으로 구획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듯이, 문화적으로도 세대가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노소동락(老少同樂)'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지원할 필요가 있다.

/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