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서울 사람이 '월미도에 놀러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러 간 사람도 있고, 바닷물을 가둬 끓인 조탕(潮湯)에 목욕을 즐기러 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연인 또는 가족끼리 호텔에서 달콤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월미도를 찾았을 수도 있다. 봄철 벚꽃놀이를 즐기기에도 월미도는 제격이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월미도는 도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기에 사람들이 늘 몰리는 장소였고, 월미도에 가는 것 자체가 말 그대로 본래의 것에서 벗어난 '일탈'이었다.
당대의 소설가들은 월미도에서 이뤄지는 크고 작은 '일탈' 가운데 유독 남녀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사건에 주목했다. 성관계를 암시만 하는 데에도 월미도가 배경으로 잡혔다.
박태원의 작품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선 청춘남녀가 호텔에서 몸을 섞는 장소로, 이광수의 '사랑'에서는 남녀간 욕망을 끄집어내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이효석의 '주리야'는 사회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조차 욕망 앞에서 무너져 내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소로 사용된다.
이 소설들 속에 나타난 장면이 당시 월미도의 전부를 보여준 것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 지식인들은 일본이 인공적으로 만든 월미도유원지가 조선인들의 타락의 장소가 되는 것에 분개했다. 이들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휴양지' 월미도의 진면목을 찾으려 노력하기도 했다.
월미도는 일제시대엔 일본이 만든 유락시설로 뒤덮였고, 한국전쟁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각종 놀이시설과 식당, 공원이 들어섰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등지고 서면 월미도에선 언제나 똑같은 바닷바람과 바다 내음을 느낄 수 있다.
/김민재기자
[책 읽는 인천, 문학속 인천을 찾다]일제강점기 소설 '욕망으로 얼룩진'월미도
입력 2014-03-2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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