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년의 세계-글로벌 시대의 개막'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28개국 3억4천만명이 충분한 물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2025년에는 52개국의 약 30억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에 있어 예외는 아니다. '2050년 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물 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분류돼 있다. 특히 인천은 자체 상수원이 없어 팔당 등지에서 물을 끌어오느라, 타 지역보다 몇 배 비싼 연간 약 1천억원 정도의 물값을 시민들이 부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천시민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덴마크 114ℓ, 영국 139ℓ, 독일 151ℓ의 2~3배에 육박하는 338ℓ다. 이처럼 물 소비량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저렴한 수도 요금 때문에 당장 물을 아껴야 할 인식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물값을 현실화해야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의 사회적 파급을 고려하면 쉽사리 요금 인상은 힘들다. 결국 물 절약에 대한 시민의식이 바뀌거나 제도적으로 물 사용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인천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수돗물의 양은 약 100만t 정도인데, 이 중 60%인 약 60만t이 가정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중 절반인 약 30만t이 양변기나 샤워·세면 시에 사용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변기는 한 번 물을 내릴 때마다 12ℓ의 물이 소비되는데, 이를 줄이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양변기 물통에 1만원짜리 절수 기기를 부착하면 물 사용량이 6ℓ로 줄어든다. 이렇게 간단하게 절수 기기를 부착하는 방법으로 별다른 노력 없이 시민 1인당 하루 34ℓ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인천시민 한 명이 하루 10%의 물을 절약하면 전체 10만t의 물이 절약된다. 이 경우 원수 구입비, 물이용부담금, 하수도 요금을 포함해 하루에 1억2천만원의 물값을 절약할 수 있다. 연간 420억원이나 되는 돈이 시민들의 가계 부담에서 덜어지는 것이다. 또한 지방정부는 하루에 10만t을 처리할 수 있는 정수장 건설비(약 684억원)와 하수처리장(약 1천773억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인천시는 물 부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물 절약 운동을 대대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하루 10%-10만t의 물을 절약하자는 범시민 10-10(텐텐)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우선 1단계로 공공기관·학교·공중화장실·체육시설에 절수기 설치를 의무화해 2014년까지 2% 절약 목표를 달성하고, 2020년까지는 각 가정으로 확대해 10%-10만t의 물 절약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물 절약은 시민들의 생활 습관과 직결된 문제로 지방정부 중심의 정책 추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 시민들이 물은 곧 에너지라는 점을 인식하고 물을 '돈' 쓰듯 생활 습관을 개선한다면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로 멕시코의 한 비정부기구가 보인 샤워시범에서 샤워를 하는 내내 물을 틀어 놓은 사람과 비누칠을 하는 동안 샤워꼭지를 잠근 사람과의 물 사용량 차이는 무려 2.5배였다. 양치할 때는 컵을 사용하고, 세면과 설거지할 때는 물을 받아서 사용하자. 세제는 적정량만 사용하고 세탁은 모아서 한번에 하자. 그리고 지금 당장 화장실과 목욕탕에 절수기를 설치하자.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지금처럼 깨끗하고 풍족하게 물을 쓸 수 있으려면 지금 시작해야 한다.

/조영근 인천시 환경녹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