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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극히 일부만 조정 가능
무상공약 가용재원으로 때워야
복지·SOC 건설비 감축 불가피
지방선거를 60여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무상공약 봇물이 터졌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의 무상버스를 비롯해 무상통행(대전), 무상교육(제주), 무상급전대출(전남 목포) 등 종류와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 공약은 아무런 대가 없는 공짜로 보이지만 실상은 언젠가, 어느곳에선가는 값을 치러야 하는 '외상'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관련기사 3면
'무상버스'의 경우 시행 첫 해인 2015년에는 모두 957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2018년이 되면 수혜자는 점점 늘어나 필요한 예산은 3천83억원으로 3배 이상 껑충 뛴다.
이같은 금액은 올해 경기도 가용재원 4천780억원의 6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대전지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통행은 대전순환고속도로 등의 통행료를 받지 않는 게 골자로, 대전시 등록 차량 61만여대가 최소 한 번씩만 통행한다 해도 20억원 이상(통행료 3천400원)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에서도 25일 국가건강검진대상을 20·30대 전업주부로 확대하는 공약을 발표하는 등 선거전이 본격화 되면서 '무상' 공약은 중앙과 후보를 가리지 않고 번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내놓은 무상공약의 실행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지만, 정작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세기본법 등 현행법상 증세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김 예비후보가 지난 20일 무상버스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던 "세금을 더 걷지 않겠다"는 예산운영의 대원칙은 엄밀히 말해 앞뒤가 맞지 않는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세금을 더 걷고 싶어도 걷지 못한다는 얘기다.
경기도의 경우 세금 징수는 취득세와 레저세, 등록면허세, 지역자원시설세 등 6개 세목에만 한정돼 있으며, 이 중 극히 일부에서 증세가 허용되는 지역자원시설세 외에 다른 세목들은 세율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국 법정 필수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예산, 즉 가용재원의 일부를 떼어내 무상공약의 재원으로 메워야 한다. 가용재원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추진한 사업 등에 쓰이는 예산이다.
복지 사각지대를 케어하는 '무한돌봄'사업이나 지방에 도로를 개설하는 지방도 건설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무상정책을 신설하려면 다른 사업 재원을 그만큼 줄여야 하는 것이다. 당장 내 주머니 속에서 돈이 나가지는 않지만, 그 만큼의 대가가 필수적인 '외상'인 셈이다.
한 교통 정책전문가는 "김 예비후보가 무상버스 정책을 설명할 때 소개된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의 무상버스도 증세를 바탕으로 정책을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예비후보측은 "무상버스의 재원을 마련하는 부분에서 (증세여부 등) 방법적 차가 있을 수 있다"며 "가용재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전시성 행사예산 등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나가면 공약실행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민욱·강기정기자